신천지 사태 떠오르게 하는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대규모 확산 우려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용인시 69번째 확진자 거주지 인근 어린이 놀이터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소독작업을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용인시 69번째 확진자 거주지 인근 어린이 놀이터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소독작업을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이태원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진원지로 꼽히는 클럽 중 일부가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가 주로 드나드는 업소로 확인되면서, 폐쇄적인 특징으로 대규모 집단감염을 일으켰던 신천지 사태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전국 88명, 이 중 경기지역에서 21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집단감염의 진원지로 꼽히는 이태원 소재 클럽 6곳(킹ㆍ퀸ㆍ트렁크ㆍ소호ㆍ힘ㆍ더파운틴 등) 중 일부가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가 주로 이용하는 업소로 확인되면서 방역 추적의 고비가 예상된다. 앞서 폐쇄적인 특징 등으로 대규모 확산을 일으켰던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의 특징이 이번 클럽 감염 사태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천지 사태와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에서 공통으로 꼽히는 특징은 ▲조직의 폐쇄성 ▲관련자의 전국적 분포 ▲대중으로부터의 비난 대상(외부 노출 기피) 등 세 가지다. 이 같은 특징들은 확진자와 접촉자를 추적해야 하는 방역당국에게 매우 곤혹스러운 조건이다. 이를 방증하듯 신천지 관련 집단감염은 이날까지 5천200여 명에 육박하며 국내 확진 사례의 약 49%를 차지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감염 전파가 이뤄진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황금연휴 당시 이태원 클럽을 즐긴 이들 중 3천여 명이 이날 오후까지 방역당국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어서다.

연락을 피하거나, 클럽 방문 여부를 밝히고 검사를 받기 꺼려하는 이유로는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임이 드러나 사회적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태원 클럽 감염 사태가 촉발된 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우려하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로 방역에 고비가 예상되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당근과 채찍을 겸비한 방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0일 이태원 클럽 등 관련 업소를 출입한 이들에게 위반할 경우 최고 징역 2년 또는 벌금 2천만 원에 처할 수 있는 ‘대인접촉 금지 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성 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자 신원을 드러내지 않고도 무료 검사를 받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책임 소재를 따지기 전에 지역사회 전파를 막아야 한다는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며 “본인의 성 정체성이나 언제 어떻게 클럽을 방문했는지 등을 밝히지 않고도 즉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연락이 닿지 않는 방문자를 찾고자 신용카드 내역 조회 등을 활용하고 경찰ㆍ통신업체 등에 협조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장희준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