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국가적 공동체의 존재형태와 기본적 가치질서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법 규범적인 논리체계로 정립한 국가의 기본법이다. 현행 헌법은 1987년에 개정된 것으로 33년이 지나 ‘분권·협치·상생’이라는 시대정신에 맞지 않아 개헌이 필요하고 화급하다.
이를 위해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2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민발안개헌연대(개헌연대)’와 20대 국회의원 중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발족한 ‘국민발안개헌추진위원회’는 힘을 합쳐 4월 총선에 맞추어 국민발안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 3월 6일 여·야 국회의원 148명의 동의로 헌법 제128조 제1항에서 ‘국회의원선거권자 100만인 이상의 발의’로 헌법개정을 할 수 있게 하는 원포인트 개헌안이 전격적으로 발의됐다.
그러나 개헌안 상정에 대하여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미래통합당 의원이 본회의 표결에 불참했다. 이에 지난 5월 8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민생당 소속 국회의원 118명만이 국회에 출석하여 표결했으나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폐기되어 기회를 무산시켰다.
이에 대하여 개헌연대는 지난 5월 15일 ‘제대로 된 심의절차나 토론도 없이 개헌안을 의결정족수미달로 무산시킨 불출석국회의원 전원을 역사의 법정에 고발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제 21대 국회에서 20대 국회가 이루지 못한 개헌을 이루어야 할 숙명을 지게 되었다. 먼저, 헌법은 국가의 대계를 담은 국가의 최고법이자 기본법이므로 현행 헌법에 ‘분권·협치·상생’이라는 시대정신을 반드시 반영하여야 한다. 현행 헌법상의 제왕적 대통령제적 요소를 삭제하거나 축소하여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아니 된다.
둘째, 경제와 환경 및 사회의 공존, 현 세대와 미래세대가 공존하도록 ‘지속 가능한 발전’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
셋째, 코로나로 인공지능(AI)기술·의료기술 등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절감하였으므로 현행 헌법 제127조 제1항 소정의 과학기술이 국민경제 발전의 수단이라는 것을 개정하여 4차 산업혁명에 걸맞게 과학기술의 독자적 가치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모순관계에 있는 현행 헌법 제3조와 제4조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다섯째, 유신헌법에서 삭제된 국민발안권을 부활시켜 국민이 주권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근절하기 위해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정하고, 헌법재판에서는 헌법정책적 판단이 중요하고 이와 관련하여 이론적 토대가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헌법학교수에게 헌법재판소 재판관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아울러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관계, 재판관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 등을 고려하여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을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개정하여야 할 것이다.
21대 국회 개원 후 1년이 개헌의 골든타임이므로 여야는 개헌을 당리당략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지 말고 국가의 원대한 미래를 설계하는 기본 틀이라는 관점에서 이성적 공개 토론에 기초하여 헌정사에 길이 남을 개헌안을 마련하여 21대 국회에 부여된 역사적 책무를 다하기 바란다.
고문현 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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