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아파트를 좋아한다.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고 더 좋은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어 한다. 물론 아파트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정원 딸린 교외의 한적한 단독주택을 원하는 사람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복잡한 도심 아파트를 버리고 귀촌, 귀농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 비중은 일부다. 대부분 사람은 여전히 아파트를 원한다. 특히 아파트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그 선호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발표하고 있는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잘 살펴보면 사람들이 아파트를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 잘 드러난다. 2018년 기준으로 수도권에 약 1천3만 가구가 살고 있다. 49.9%가 아파트에 살고 있고, 25.3%는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나머지 가구는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비주거용 건물 내 주택, 오피스텔이나 고시원과 같은 주택 이외의 거처에 살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소득이 낮을수록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고 소득이 높을수록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주택만족도가 제일 높다. 4점을 만점으로 측정했을 때, 아파트의 주택만족도는 3.11점이다.
그러나 단독주택은 2.84점, 다세대주택은 2.88점, 연립주택은 2.86점으로 모두 3점에 미치지 못한다. 주택만족도가 3점을 넘는 유형은 아파트가 유일하다. 사람들이 아파트를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 살면서 만족도가 높아서 아파트에 계속 살고 싶은 것이다. 이사를 하더라도 또 아파트를 찾게 되는 이유이다. 반면에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주택만족도가 낮은 것이 이유일 수 있다. 살면서 불편하고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에 단독주택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사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주택을 원할까. 수도권에 사는 가구 중 약 13.1%가 이사할 생각이 있다. 이 중에서 7.4%는 2년 내에 이사계획이 있다. 즉 수도권에 사는 1천3만 가구 중에서 약 131만 가구가 이사할 생각이 있는데, 이 중에서 약 74만 가구는 2020년 안에 이사할 생각을 하고 있다. 계획하고 있는 이사지역은 서울 43.7%, 경기 43.9%, 인천 9.0%다. 절반에 이르는 가구가 서울로 가고 싶어 한다. 수도권에 살면서 이사계획이 있는데 서울로 이사하고 싶은 가구 비중을 따져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서울을 선호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사계획 가구 중 서울 선호현상은 2016년 36.0%, 2017년 39.7%에서 2018년 43.7%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즉 2020년까지 이사계획이 있는 74만 가구 중에서 약 32만 가구가 서울로 이주하기를 원하고 있다. 연간 16만 가구가 서울 집을 원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요가 서울 집값 상승의 한 가지 원인일 수 있다. 특히나 이 중에서 61.1%는 아파트를 원한다. 32만 가구가 서울로 가고 싶은데, 그중에서 61.1%에 해당하는 19만 5천 가구는 서울지역에 있는 아파트를 찾는다. 서울 아파트 값이 늘 불안하고 서울의 신규 분양주택의 청약경쟁률이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처럼 수도권에 절반 정도가 아파트에 사는데, 이사를 하더라도 아파트로 가고 싶어하기 때문에 아파트 시장은 늘 붐빈다. 이러한 현상은 수도권을 벗어나도 다르지 않다.
아파트에 사는 가구의 90.9%는 다시 아파트로 이주하고 싶어 한다. 단독주택에 사는 가구도 38.1%는 아파트로 가고 싶어 한다. 연립에 사는 가구의 56.1%, 다세대주택에 사는 가구의 44.3%, 비주거용 건물 내 주택에 살고 있는 가구의 51.6%도 아파트로 가고 싶어 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지역과 소득, 현재 살고 있는 주택유형과 무관하게 아파트를 원하고 있다. 사람들의 이러한 니즈를 반영한 주택공급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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