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밀착형 자원 발굴… 헌혈 문화 확산 힘쓸 것”
“우리나라 헌혈 참여자는 청소년ㆍ군인 등 10~20대에 집중돼 있습니다. 중장기적인 혈액 수급 안정화를 위해 ‘지역 밀착형 헌혈 자원’을 새롭게 개발하겠습니다.”
국제적십자사연맹, 세계보건기구 등은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고 헌혈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매년 6월14일을 ‘세계 헌혈자의 날’로 지정했다. 국내 헌혈의 심볼인 대한적십자사에서도 혈액을 무상으로 기증해 생명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헌혈자들을 위해 해마다 존경을 표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헌혈자의 날이 비교적 조용히 지났다. 이러한 가운데 김영수 대한적십자사 경기혈액원장(58)은 취임 1년차를 맞았다. 김 원장을 만나 그동안의 행보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Q.지난해 7월 경기혈액원에 부임하고 한 해가 지났다. 1년 사이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A. 최우선 순위로 정한 건 헌혈자의 안전 보호와 헌혈 접근성 향상, 그리고 안정적인 혈액 수급이다.
이를테면 지역민의 헌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그간 인력 확보ㆍ입지 선정 등 어려움으로 상당기간 표류하던 신규 헌혈센터(화성 동탄 헌혈의 집, 용인 수지 헌혈의 집) 개소를 조기에 해결한 일이 있다. 이를 통해 인근 지역 헌혈자분들이 보다 편리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헌혈을 하게 돼 보람차다.
또 지역사회의 헌혈 참여 욕구를 해소하고 새로운 헌혈 자원을 확보하고자 지역 속으로 직접 들어갔다. 수원 한일타운과 화성 신동탄SK뷰 등 아파트단지는 물론, 이천 설성면과 수원 호매실동 등 행정복지센터 등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밀착형 헌혈 자원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아울러 분당수지U타워 등 지식산업센터에도 헌혈 동참을 요청했다. 이른 시일 내 도내 20여 개 지식산업센터로 헌혈 자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경기혈액원은 예약 헌혈을 활성화함으로써 헌혈자의 참여율도 높이고자 했다. 헌혈자가 사전에 원하는 헌혈의 집과 헌혈 시간을 예약하도록 ‘레드 커넥트’라는 헌혈 앱을 적극 알려왔고, 찾아가는 헌혈 서비스 ‘픽업 서비스’를 확대했다. 헌혈 문화가 지역사회로 한발 더 들어가는 기회를 마련하는 게 목표다.
Q. 헌혈 문화 확산, 쉬운 일은 아닐 텐데.
A. 코로나19처럼 안정적 혈액 수급을 위협하는 예상치 못한 외부적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기존의 헌혈자원 뿐 아니라 지역사회밀착형 헌혈자원 발굴과 지역 맞춤형 홍보로 위기에 대비하려 한다. 특히 중장년층 및 여성헌혈 활성화와 미래 헌혈자인 청소년들에게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 등을 지속해 지역사회 내에서 자발적 헌혈문화를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Q. 올해는 갑작스런 코로나19 사태로 혈액 수급에 어려움이 많다던데 현재 경기도 상황은 어떠한가.
A.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단체 헌혈이 취소되는 일이 많았다. 헌혈의 집을 찾는 헌혈자의 발길 또한 뜸해지면서 혈액보유량이 2일분 아래로 떨어지는 위기 상황이 여러 날 지속했다. 다행히 5월15일에 헌혈 동참을 호소하는 재난문자가 발송되면서 재난 문자를 받은 도민 여러분께서 헌혈에 많이 동참을 해주셨다. 지금은 혈액재고의 적정보유일수인 5일분 가까이 회복한 상태다.
그러나 매년 하절기는 반복적으로 혈액이 부족한 시기여서 올해는 특히 그 어려움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혈이 감소하면 응급환자 우선의 혈액 공급이 이루어지다 보니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이 수술을 연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적정혈액 보유가 중요하다. 또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나 대형사고 등 위급상황 대처를 위해 갑작스럽게 혈액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 꼭 적정 혈액을 보유해야 한다. 경기도민의 헌혈 참여가 절실한 이유다.
Q. 14일은 ‘세계 헌혈자의 날’이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경기혈액원만의 이벤트가 있다면.
A. 코로나19 속 예년과 같은 헌혈자의 날 기념행사는 진행할 수 없다. 다만 작게나마 우리 혈액원도 생명나눔을 실천한 헌혈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헌혈자 대상 특별 프로모션을 계획했다. 특히 광역단체 최초로 헌혈장려조례를 제정해 헌혈권장활동에 앞장서는 경기도의 지원으로 헌혈자에 대한 감사 기념품도 마련했다. 헌혈에 적극 동참한 단체 및 개인에 대한 표창도 준비해 헌혈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고 한다.
이어 경기지역에서 헌혈참여를 도모하기 위해 우리 혈액원은 ‘지역사회 중심 헌혈나눔 릴레이’를 추진하려 한다. 관공서 중심의 헌혈릴레이, 군부대 중심의 헌혈릴레이 등 단체별 헌혈릴레이 뿐 아니라 읍면동 단위로 지역사회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는 생명나눔 헌혈릴레이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도민의 헌혈참여 기회를 확대해 혈액수급 안정화에 이바지하겠다.
Q. 많은 사람들이 대한적십자사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헌혈’을 떠올린다. 이 외에도 혈액원 차원에서 구축하고 싶은 이미지가 있다면.
A. 대한적십자사의 다양한 사업들은 인도주의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진행되고 있다. 국내ㆍ외 사업, 교육사업, 남북교류사업, 의료사업 그리고 혈액사업 등 적십자는 생명을 구하는 모든 활동을 한다. 그중에서 혈액원은 혈액사업을 통해 생명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혈액원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혈액을 안정적,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혈액전문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헌혈자 분들의 소중한 생명 나눔이 선행돼야 한다. 혈액원과 헌혈의 집은 ‘헌혈’뿐 아니라 헌혈자 및 도민 여러분의 ‘쉼터’의 이미지로 인식이 됐으면 한다.
다른 대체재가 없는 혈액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헌혈을 통한 생명나눔을 실천하는 헌혈자 분께는 헌혈을 통해 타인의 생명을 구하고 헌혈자의 건강 상태도 확인할 수 있는 건강관리 쉼터로, 적십자 인도주의를 이해하고 지지해 주시는 도민들께는 인도주의 쉼터로 인식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경기혈액원은 더욱 친근한 모습으로 도민과 함께하는 혈액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Q. 마지막으로 경기도민 및 헌혈 참여자들에게 한 마디.
A. 헌혈에 대한 여러 오해 중 최근에는 ‘헌혈과정에서 코로나 19에 감염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과거의 사스나 메르스 때처럼 코로나19도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감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혈을 통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감염이 발생한 사례가 없고, 과학적으로도 헌혈을 통해 감염되는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또한 헌혈로 면역력 저하를 우려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몸에는 평상시 필요 혈액보다 15% 정도 여분의 혈액이 있어 헌혈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 헌혈은 16세부터 69세까지 가능하나 우리나라는 10대와 20대가 헌혈에 주로 참여한다. 헌혈참여자 65%가 10대와 20대에 집중돼 있고 헌혈 가능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혈액수급이 안정화되려면 30대 이상의 중장년층의 적극적인 헌혈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헌혈은 생명을 나누는 가장 고귀한 행동이자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환자들의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헌혈에 적극 동참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 그리고 지역 속으로 들어가는 경기혈액원이 되고자 ‘헌혈천사단’을 모집하고 있으므로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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