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0억 넘어도 ‘재난소득’ 가능… 헷갈리는 시민들안산·군포 등 7곳 ‘연매출’ 포함 안해
지자체마다 가맹점 선정 기준 ‘제각각’
道 “기초단체장 권한… 정책보완 검토”
“연매출 10억 이상 매장에서도 재난기본소득 사용이 가능하다고?”
최근 경기일보에 가장 많이 접수되는 제보가 ‘재난기본소득’과 관련된 제보다. ‘재난기본소득이 성인용품점에서 사용된다’에서 부터 ‘재난기본소득 깡을 할 수 있다’까지. 다양한 내용의 제보 중, 우리의 관심을 모은 것은 “분명 매출 10억원이 넘는 대형 고깃집인데, 재난기본소득 사용이 가능합니다”라는 제보였다. 제보자는 어떤 지역에서는 연매출 10억원 이상 소상공인 점포에서 재난기본소득 사용이 가능한데, 다른 지역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며 도대체 정확한 사용 기준이 무엇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이에 경기일보 팩트체크팀이 최근 우리 사회에 가장 뜨거운 화두인 ‘재난기본소득’과 관련,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10㎏에 달하는 카메라 장비와 함께 30도에 육박하는 불볕더위를 뚫고 경기지역 소상공인들의 삶의 터전으로 출발했다.
지난 12일 오전 9시. 수원지역 중심 상권인 인계동 나혜석거리를 찾았다. 나혜석거리에 빼곡히 자리한 점포들은 경쟁하듯 ‘경기지역화폐 사용처’, ‘수원페이 가맹점’ 등 재난기본소득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그러한 점포들 사이에서 재난기본소득 사용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지 않은 해물요리 전문점이 눈에 띄었다. 이곳은 연매출이 10억원을 넘어 재난기본소득를 사용할 수 없는 매장이었다. 때문에 안내문을 붙이지 못한 것. 실제 해당 매장에서 재난기본소득으로 결제를 시도하니 ‘승인거절 / 거절사유 : 사용제한 가맹점’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같은 날 용인 신갈외식타운의 갈비 전문점 역시 매출 10억원을 초과해 재난기본소득을 사용할 수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용인와이페이 카드로 결제를 시도했으나 역시 승인되지 않았다.
갈비 전문점 대표 김모씨는 “모든 소상공인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인데 연매출 제한에 걸려 재난기본소득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는 오히려 직원이 많은 매장의 운영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정책에 반영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반면 안산의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은 연매출이 10억원을 훌쩍 넘지만 재난기본소득 사용이 가능했다. 해당 매장을 운영하는 윤모씨는 “안산시는 재난기본소득 사용처 기준에 연매출 조항을 두고 있지 않아 모든 소상공인 점포에서 재난기본소득을 쓸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 코로나19 여파에도 재난기본소득 사용 덕분에 어느 정도 적자를 메울 수 있었다”고 만족해했다.
결국 실제 연매출 10억원이 넘는 매장에서도 재난기본소득 사용이 가능했던 것.
이는 경기도 31개 시ㆍ군 중 안산, 군포, 시흥, 오산, 안성, 양평, 가평 등 7개 지역이 지역화폐 가맹점 선정 기준에 ‘매출’을 포함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가 시ㆍ군에 보낸 ‘지역화폐 가맹점 선정기준 지침’에는 연매출 10억 이하 매장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지 않아 7개 시ㆍ군에서는 자체적인 판단으로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7개 시ㆍ군이 연매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가맹점 선정은 전적으로 기초자치단체장의 몫이기 때문에 경기도가 강제로 정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일부 도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어 정책적 보완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팩트체크팀 : 양휘모·최현호·채태병·이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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