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청년에게는 음식이 되고, 노인에게는 오락이 되며, 부자일 때는 지식이 되고, 고통스러울 때는 위안이 된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겸 저술가인 키케로의 명언이다. 책은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다.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요즘 집에서 안전하게 자기주도적 독서습관을 길러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사회에서 극복해야 할 편견과 차별을 넘어 생각과 마음을 넓히는 책을 소개한다. 특히 도내 도서관 사서들이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 중인 학생들이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분야별로 골라 읽을 수 있는 책을 추천한다. 편집자 주
‘나’로 살아가기 위한...청소년들의 유쾌한 반란
이 책은 학교에서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계급 문제를 폭로하고, 더 나아가 복잡하게 얽힌 입시부정, 빈부격차와 같은 사회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선생님들 사이에서 역린이라 불리는 귀족 잉걸이. 그가 다니는 H고는 강남에서도 교육의 중심지인 D동에 있다. 대기업 임원인 아버지, 유명화가이자 H고 학교운영위원장인 어머니 잉걸의 부모는 수억 원을 학교에 기증하면서 학교와 지역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잉걸은 그런 부모의 배경을 바탕으로 친구들에게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른다.
한편 글쓰기를 좋아하고 자기 생각이 확실한 기수는 친한 친구였던 호민의 자살과 동욱의 퇴학 사건을 계기로 잉걸의 비도덕적인 행태를 알리기 위해 ‘유령’이라는 책을 써서 비밀리에 교내 학생들에게 퍼뜨리고 진실을 알게 된 학생들은 잉걸과 학교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최근에도 특권층 자녀의 부정입학, 청탁 채용 비리, 스펙 품앗이 등 특권층의 민낯이 뉴스에 도배되고 있다.
작가는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접거나, 도전의식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현실에서 ‘유령’처럼 들러리로 살아가고 있을지 모를 아이들에게 들러리가 아닌 주인공으로서 용기 있는 삶을 살 것을 마음 깊이 응원해주고 있다.
포천교육도서관 사서 성봉근
평범한 어린이들의...고민 담긴 단편 동화집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어린이들의 이야기 5편을 담은 단편동화집이다. 이 책을 지은 윤혜숙 작가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 청소년 소설들을 다양하게 출간하고 있다.
진수는 아빠가 일을 쉬고 계신데 얼마 전 학교에서 아빠가 자동차 회사에 다닌다는 거짓말을 해버렸다. 또한 엄마가 최근 일하게 된 대형 할인매장 반찬가게가 절친 도윤이 엄마의 가게다. 그동안 진수는 대형 할인매장의 일렉트로 마트에 가서 게임을 하곤 했는데, 엄마에게는 도서관 대신 일렉트로 마트를 갔다는 사실이 밝혀질까봐, 도윤이에게는 아빠가 백수라는 것을 들키게 될까봐 요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도윤이 엄마와 진수 엄마가 학교에 방문하던 날, 숨겨왔던 진수의 진실이 밝혀지게 되고, 엄마의 결혼 전 꿈이 요리사였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아빠의 실직을 통해 가족들이 서로의 상황과 처지를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피자 맛의 진수’편 외에도 오래된 것의 소중함, 통일에 대한 생각, 치매 노인과 전쟁의 아픔, 엄마의 재혼 등 절대 가볍지 않은 주제를 어린이의 시각에서 풀어낸 흥미로운 책이다. 작가는 주인공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힘은 본인 자신에게 있으며, 이것은 가족, 이웃, 친구를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다른 친구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지내는지, 어떻게 풀어 가는지 궁금한 친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김포교육도서관 사서 박현정
변호사가 전해주는...장애인 인권 이야기
우연히 인터넷에서 ‘당신에게 장애인 친구가 없는 이유’라는 짧은 강연을 본 적이 있다. 장애인 동생을 가진 강연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통합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는데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야기라 다소 충격적이었다. 강연자의 의견과 일부 맥락을 공유하는 책이 바로 이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였다. 의식주만 해결된다고 사람답게 사는 것이 아니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진정으로 어우러져 사는 사회가 되려면 싸우든 좋아하든 서로 한 번이라도 더 자주 만나고 마주치는 것이 첫 단추가 된다는 저자의 말을 공감하며 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
저자는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현직 변호사다. 장애인의 마음이나 입장을 누구보다 공감하며 공익변호사로 꾸준히 활동해왔고, 현재 ‘장애인권법센터’의 대표이자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장애인을 통해 현실에서의 장애인 이야기를 법률의 관점에서 전하고 있다. ‘말아톤’의 초원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우연히 문제가 생기는 자폐성장애인, ‘7번방의 선물’의 예승이 아빠처럼 범죄 사실을 자백하는 내용의 자술서를 받아 적는 지적장애인 등 실제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들려준다. 법은 현실을 담는 최소한의 그릇이기에 원칙과 예외가 있을 뿐 늘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 그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개인의 인식 전환과 더불어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앙교육도서관 사서 함은경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왜 중요한지 알려주는 책
사춘기 여학생을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척박한 교육환경에서 매일 거친 경쟁을 수행해야 하는 청소년들을 맘속 깊이 응원하며 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성숙하진 못했지만 지나오고 나니 눈부셨던 내 어린 날에 나는 내가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내 외모가 뛰어나지 않아서, 우리 부모가 나를 더욱 지원해줄 만한 재력이 없어서, 내가 친해지고 싶은 저 근사한 친구가 웬일인지 나를 좋아 해주지 않아서 그래서 내가 온전한 행복을 느낄 수 없는 거라고 이런저런 이유를 나 자신이 아닌 다른 것들에서 찾기 바빴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나는 안다. 진정한 행복의 열쇠는 나 자신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되며, 부와 명예, 외모 등 외적인 것에 대한 치중은 잠깐 기쁨을 줄 수는 있어도 내가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데 있어선 결국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소소하지만 확실한 일상이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교훈을 이 책을 읽고 함께 느껴보자.
성남교육도서관 사서 엄영남
인포그래픽으로 배우는...‘AI의 모든 것’ 흥미진진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은 인공지능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이세돌이 알파고에 패배한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 또한 그 충격만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터미네이터를 통해 로봇이란 것이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알파고를 통해 그것이 허구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이제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대해서 더더욱 알고 싶어지게 됐다.
해부도감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으로 인포그래픽을 이용한 인공지능을 소개하는 이 책은 4차산업의 한가운데에서 살게 되는 청소년들에게 인공지능에 대해서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성인도 어려운 개념의 인공지능이지만 요새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다루고, 유튜브를 보면서 자라나는 것처럼 신문물에 대해서도 빠르게 배울 수 있을 것이며 인공지능에 대한 학습도 이 책이 열심히 도와줄 것이다.
광주교육도서관 사서 노경완
어른들의 방관속에...희생된 청소년 노동자
한창 꽃다운 나이라고 하는 10대 청소년들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대부분의 사람은 교복을 입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여기서부터 잘못됐다. 우리 사회는 특성화고 학생들을 ‘알지 못하는 아이’로 지워버린 것이다. 작업복을 입은 채 이제 막 노동시장에 입문한 어린 노동자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장시간 노동과 사내 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장실습생 김동준 군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해 입시 중심 교육으로 인해 소외당한 특성화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풀어나간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을 ‘겸손한 목격자’로 지칭했듯이 인터뷰어의 답변이 그대로 담겨 있다. 저자의 의견을 덧대어 인위적인 슬픔 또는 고통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외면했을 뿐, 익숙한 사회의 일면을 약자들의 목소리로 적나라하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인터뷰어의 답변이 진행됨에 따라 회사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 상급자보다는 선생님을 찾는 것이 익숙한 학생들이 얼마나 많이 부당한 일을 겪어야만 했는지가 느껴진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청소년들이 나를 지키는 것이 먼저가 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또한 어른들의 ‘요즘 애들 약해서’라는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노동의 가치관을 세우기를 바란다.
평택교육도서관 사서 이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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