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한국판 뉴딜’ 성패는 인권과 공정에

마스크 착용 일상화, 원격수업, 재택근무, 화상회의, 스마트 공장, 온라인 쇼핑….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만들어낸 변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4월 14일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전과 다른 세상으로 바꿔놓고 있어, (지금은) 경제구조와 삶의 방식 등 사회경제적으로 거대한 변화가 나타나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라며 온 국민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자고 역설했다.

이어 취임 3주년 기념연설에선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은 곧 ‘디지털 뉴딜’이라며 비대면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비대면 사회를 이끌고 갈 젊은 층을 겨냥한 정책이지만 추진에 앞서 갖춰야할 조건이 있다. 인권과 공정의 문제다.

우선 이태원 집단감염 사태로 성소수자와 젊은 층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사건이다. 당시 정부와 서울시는 기지국 수사, 강력한 행정명령 시행 등을 벌였다가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보호 논란에 휩싸이자 ‘익명 검사’로 후퇴했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등 인권단체는 국가 방역과 인권 보장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며, 개인정보 보호는 곧 인권이라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유엔인권보고서에서 “자유권 제한 관련 긴급조치 등에 대한 정책을 정부에서 수립할 때에는 적법성, 필요성, 비례성, 비 차별성 등에 입각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보호, 사생활 보호, 표현의 자유, 정보 접근권 등이 보장되지 않는 디지털 사회는 조지 오웰 <1984년>의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과 진배없다는 것이다.

한편 기회와 조건에서 발생한 공정의 문제는 우리 젊은 층을 분노케 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천902명의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하자 청와대 청원을 시작으로 취업준비생 등 2030세대의 사회적 분노가 폭발했다. 청와대가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파문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무임승차, 불공정 논란은 또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 남북 단일팀 성사로 일부 우리 선수가 올림픽 출전 기회를 박탈당했을 때도 국가의 대의에 개인이 희생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가을엔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의 부정입학 의혹’ 사건으로 전국 대학가가 들썩였다. 개인주의화로 치닫고 있는 코로나 세대에게 공정성은 생존권 문제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해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코로나19 사태는 K-방역으로 대응해 세계에 디지털 뉴딜의 가능성도 알렸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정부가 일련의 사태와 관련하여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에게 인권과 공정에 대해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한국판 뉴딜은 출발조차 할 수 없다.

다가올 디지털 비대면 사회의 제반 조건을 갖추어야만 코로나19 이후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분발을 촉구한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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