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청소년들의 ‘코로나 블루’

중학교 1학년인 A군은 원래 의욕적이고 활발한 성격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갈수록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진다며 Wee클래스 상담을 요청했다. A군은 입학식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기회도 없어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 온라인 학습 주간에 혼자 집에 있으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만 든다고 했다. 온라인 수업을 켜 놓고 SNS를 하거나 인터넷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지만 얼마 뒤면 자신이 한심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느껴졌고 가끔 끔찍한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이런 학생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코로나19와 우울감을 뜻하는 blue를 합쳐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증, 불면, 공황장애 등 소위 ‘코로나 블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집 콕’ 생활이 본격화된 올 3~5월 청소년들의 가족 관련 상담과 정신 건강 관련 상담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와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던 3~5월 사이버와 전화 상담 사례를 분석한 결과 ‘가족 문제’ 상담건수가 2만883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1만3천826건보다 51% 증가했다. 또 우울ㆍ위축, 강박ㆍ불안 등 정신건강 관련 상담도 이 기간 3만8천348건으로 전년 2만9천404건보다 30.4% 증가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특히 17~19세 청소년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불안ㆍ걱정, 두려움이 높게 나타났다”며 “이는 학교 폐쇄와 온라인 개학 등 일상생활의 변화가 학업ㆍ진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하는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코로나 블루’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필요하고, 다양한 노력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심리방역이라는 개념처럼 체계적인 정신건강 및 심리건강의 문제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는 Wee프로젝트 사업과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을 통해서 심리적인 지원사업을 하고 있고, 긴급돌봄이 필요한 위기학생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청소년들의 심리적인 문제를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공백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심리적인 안정감 지원 공백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코로나19 전담 긴급대응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심리적인 긴급대응에 대한 계획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제는 재난 사항에서 심리적인 지원 체계 구축은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척도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교사들과 교직원들의 스트레스도 높게 나타나고 있고, 그들의 안정적인 심리적인 지원 체계도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코로나 블루’는 취약한 계층과 세대, 지원체계가 부족한 조건인 사람들에게 더욱 강력하게 발생하고 있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심리적인 건강을 위해서 관련 기관의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장기적인 코로나19로 인한 전 국민의 마음건강과 특별히 청소년들의 마음건강을 위해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기를 바란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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