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선제적 대응 ‘오산 대호중학교’
과학·음악실 등 특별실→일반교실 활용, 학생들 안전거리 확보… 교내 방역 철저
교직원들 비대면 원격수업 질 향상 고민, 다양한 플랫폼 활용 ‘쌍방향 소통’ 노력
코로나 시대에서 학교의 존재 의미란 무엇일까. 교육계의 가장 큰 화두다. 코로나19와 함께 시작된 2020학년 1학기가 우여곡절 끝에 막을 내렸다. 이름도 무색한 여름방학도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됐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상향하면서 유치원과 초중고교들은 미리 계획해두었던 2학기 학사일정을 급히 바꿔야 하는 처지가 됐다. 최대한 현장 등교에 맞춰 일정을 짜 놓았던 경우가 많아 학교와 학부모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긴 장마와 폭염 속에서 학생들과 함께 할 2학기를 준비하느라 바삐 움직이는 학교가 있다. 바로 교육도시 오산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오산 대호중학교(교장 조도순)다. 코로나19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대응중학교’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적극적이면서도 열정적인 교육의 끈을 놓지 않고, ‘교육은 현재를 사는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인 대호중학교의 코로나 극복기를 소개한다.
■ 과학실·음악실 등 특별실을 일반교실로 꾸민 발상의 전환
먼저 학교에 들어선 순간, 낯선 푯말이 눈에 띈다. 특별실 하나에 나란히 붙어 있는 3개 학급의 교실 푯말. 교육부의 3밀(밀집, 밀접, 밀폐) 지양 지침에 따라 과학실, 미술실, 음악실, 어학실, 기술실 등 면적이 넓어 학생들의 활동 공간이 넉넉하게 확보되는 특별실을 일반 교실로 꾸며 사용하고 있다. 특별실은 일반 교실보다 1.5배 이상 크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의 안전거리가 충분하게 확보된다는 점에서 발상의 전환이 빛을 발한 부분이다. 이러한 교실 배치 덕분에 일반 교실은 원격수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교육 격차에 대한 대비로 진행된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학생 출입구 양쪽에는 최첨단 기능을 장착한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등교 때부터 이상 증상이 있는 학생을 세심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일시적 관찰실 및 담당교사 대기실, 의심증상 학생 전용 화장실, 거리 유지 바닥 스티커, 식당 칸막이, 매일 소독, 매 주말 고강도 소독 등 학교 방역의 기본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모습이 무엇보다 든든했다.
그러면서 커다란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끈다. 생애 첫 중학교 입학식이 취소됐던 신입생들을 위한 선생님들의 마음이었다. 대호중학교를 상징하는 호랑이 복장을 한 교사들, 아이들 손에 하나씩 들려 있는 장미꽃 한 송이, 학생들을 응원하는 플래카드, 선물 꾸러미 등. 레드 카펫을 걸어 들어오는 신입생들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했을까 가히 상상이 간다. 학생들이 있어야 교정에는 봄이 온다는 의미의 현수막 글귀처럼 ‘대호의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열정과 사랑으로 코로나 시대를 극복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코끝이 찡하다.
■ 교과별 특성 살린 다양한 콘텐츠 제공으로 원격수업
코로나 시대 대호중학교의 선제적 대응 방식을 좀 더 들어 보면 교직원들의 열정을 빼놓을 수 없다. 전 교직원이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대응하자!’라는 마음으로 하나가 돼 지난 2월부터 급변하는 코로나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전 직원 단체톡방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학급별 학생, 학부모 그룹, 학교 리더 그룹, 교과 그룹 등 다양한 구심점을 만들어 즉각적이면서도 빠른 협의와 결정, 소통을 할 수 있었다.
학교 홈페이지를 적극 활용한 자기주도학습 자료 제시를 시작으로 쌍방향 소통을 위한 온라인 회의, e학습터 개설 및 다양한 원격수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교사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쉴 새 없이 계속해서 운영했다. 유례없는 코로나 시대로 인해 오히려 학교의 집단 지성을 통한 실질적인 움직임이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올해 교단에 첫발을 내딛은 김승균 교사는 “선생님들이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고, 해결하는 모습이 교직생활에 있어 가장 소중한 장면 중에 하나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떨리는 심정으로 3월을 맞이하면서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날 수는 없었지만, 평생 함께할 동료의 힘을 알게 돼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협업의 힘으로 대호중학교의 원격수업의 질은 타의 추종을 불러일으켰다. 학생들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다양한 콘텐츠 제공, 학습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교사들의 진지한 노력이 가득 담겨 있다. 단순히 기존 사이트를 연결한다거나 일방적인 영상을 업로드하는 수준이 아닌, 교과별 특성을 하나하나 살린 선생님들의 노력이 학생과 학부모님들을 안심시키고 만족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이병호 수석교사의 과학 수업은 다른 선생님들의 열정을 촉발시켰고 밴드, 띵거벨, 구글 설문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선생님들의 도전이 아름다웠다. 심지어 기존 자료들이 부족한 특수 교육 분야의 경우조차도 매 수업을 새롭게 촬영하고 접근함으로써 명실상부 오산 최고의 코로나 시대 원격수업 로드맵을 작성할 수 있었다. 학교에 아이들은 없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교사의 협업과 소통, 도전과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었다. 처음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낯설고 버겁기도 했지만 함께하는 동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처음으로 온라인 수업 자료를 제작한 한 강선미 교사는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막상 해보니 오히려 기존 수업 방법에 대한 고민의 해결점을 찾게 됐다”며 “아이들과 밴드로 소통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물론 원격수업의 단점들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며 우리는 적응하고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고 함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 교육도시 오산의 교육 철학이 작동한 ‘온마을이 학교’
또한 이러한 과정 속에는 ‘온마을이 학교’라는 교육 도시 오산의 교육 철학이 작동하고 있었다. 바로 학교와 학생 사이에 학부모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회가 온라인 회의를 통해 빠르게 조직됐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학사일정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신속하게 뒷받침해 주었으며, 무엇보다 학부모회에서는 각 가정에서 원격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모니터링하는 활동을 통해 비대면 원격수업의 질 향상을 이뤄냈다.
소통과 협업의 힘으로 온 마을이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 2학기. 대호(大虎)의 호랑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교사들은 쌍방향 수업에 대한 장단점을 총망라해 학생들에게 최적화된 학습을 제공하고자 더운 날씨도 잊고 끊임없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코로나19 재유행이 염려되는 올 2학기에 대한 걱정이 다들 앞서고 있지만 교육 도시 오산의 교육은 끄떡없어 보인다. 대응 1번지 대호중학교가 있기에 여전히 교육 현장은 살아 움직이고 있다.
조도순 교장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상황 속에서 모두가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비대면 원격수업’이라는 낯선 교육적 상황을 지켜낸 것은 교사들의 힘이었다”며 “특히 교육 격차에 대한 고민, 교육 사각에 있는 소외된 아이들을 살피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노고를 지켜보면서 역시 ‘교육은 미래의 희망’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교장은 “이에 학교장으로서 더 발전적인 방향을 생각하면서 끊임없이 도전하려는 선생님들의 내적 에너지에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며 “그 속에서 대호중학교 아이들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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