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단체 아닌 임의단체로 지정돼, 간호조무사의 권익·처우 매우 열악, 전문학사 제도 도입 등 개선책 필요
근무없는 주말 선별진료소 봉사 등 온라인 교육 전환 시스템 정비·확장, 도내 4만명 회원 위해 목소리 낼 것
코로나19가 재확산세를 보이는 지금 의료인들은 질병 최전선에서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중 ‘간호조무사’는 지난 1966년 의료보조원법시행령 제1조로 탄생한 이래로 지금까지 54년간 환자들과 호흡해 왔다. 경기도간호조무사회는 지난 1974년에 출범해 회원 권익 옹호, 역량 유지를 위한 법정 보수 교육, 회원 근무 실태 조사, 각종 간담회 개최 등 의미 깊은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해 3월1일 김부영 제16대 경기도간호조무사회장이 취임하면서 도내 보건의료 인력 처우 개선을 위한 <보건의료 인력지원법>조례안의 필요성과 간호조무사의 간호인력 정식 인정 등을 골자로 한 활동을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982년 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 후 1994년부터 지난 1월까지 26년간 용인정신병원에서 재직했다. 지난 2010년부터는 경기도간호조무사회 부회장과 재무이사를 역임했으며 지난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윤리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현재 간호조무사회가 법정단체가 아닌 임의단체로 지정돼 있다보니 권익과 처우가 열악한 상태”라며 “비대면 교육 강화에 따른 회원 역량 증진과 간호조무사 양성 방안 개선 등을 통해 도민 건강에 더욱 힘 쓰는 단체로 거듭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Q 취임한 지 어느덧 1년 반이 지났다. 소회는.
A 취임한지 엊그제 같은데 그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취임하자마자 ‘전국 1만 간호조무사 결의대회’를 추진했다. 현재 경기도간호조무사회는 법정단체가 아닌 임의단체로 지정돼 있다보니 간호조무사를 대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간호조무사의 권익과 처우가 매우 열악한 상태다. 협회는 법정단체로 인정받고자 지난 2017년부터 꾸준히 대내외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가 큰 이슈로 떠오르다보니 회원 대상 보수교육을 비대면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하고 정책과제 수행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
Q 간호조무사는 코로나19 사태로 방역비상이 걸린 지금 의료 최전선에 나서 있는 직군이다. 협회ㆍ개인 차원에서 지난 8개월간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A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전방위적 감염 우려가 불거졌다. 보건복지부에서 대구, 경북 지역 코로나19 환자 치료 간호조무사를 모집하기 시작했고 2월27일부터 3월2일까지 총 369명이 모였다. 여기에 고양시청 방역단에도 신청자 53명이 모이는 등 열띤 참여를 보였다. 이때 협회는 2월27일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방지 도 의약단체 간담회>에 참석해 의료 단체의 의료인력 활용방안에 관해서도 의견을 제출했다.
이후 도와 도자원봉사센터에서 선별진료소에 필요한 인력풀을 요청해와 경기도간호조무사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의료봉사 인력풀을 마련해 제공했다. 현재도 근무가 없는 주말에는 선별진료소에 봉사하러 가는 회원들이 많다. 이 외에도 경기도간호조무사회는 도의료원 등 입원환자 격리병원 18개소에서 근무하는 코로나19 방역 현장 간호조무사를 위문하고 격려하고자 두 차례에 걸쳐 간식 등 격려물품 후원 전달 등을 진행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재확산세가 두드러짐에 따라 보건의료인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에 경기도간호조무사회는 지난 7월22일 문경희 도의회 부의장을 만나 <경기도 보건의료인력 지원 조례>의 필요성과 도내 간호조무사의 현황 및 열악한 처우를 설명했다. 그 결과 지난 22일 문 부의장이 관련 내용을 담아 대표 발의한 <경기도 보건의료 인력 지원 조례안>이 입법 예고됐다. 다음달 임시회에 상정될 이 조례안은 도지사에게 3년 주기로 도 보건의료 인력 지원 계획을 수립하게 했다. 주 내용은 인력 수급 문제 개선을 위한 양성 기관 지원, 의료인 복지 향상을 위한 적정 노동시간 확보, 야간 근무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 보호 사업 지원 등이다.
Q 과거 사우디 파견근무를 시작으로 간호조무사 이력이 40년에 이르는 베테랑이다. 간호조무사 권익 신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A 1960년대부터 간호조무사들은 독일과 사우디 등 해외 근로현장에서 외화획득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데 일조했다. 아울러 보건의료기관의 환자 간호와 의사의 진료 보조업무를 하면서 늘 도민의 곁을 지켜왔다. 전체 간호조무사의 80~90%가 일반 의원급인 1차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편이다.
하지만 현재 간호조무사의 처우는 과거에 머물러 있어 지금도 개선 없는 상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는 간호조무사 한사람이 4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어 간호의 질이 낮다. 여기에 과중한 업무에 따른 근무자의 체력소진으로 건강이 악화되고 이직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규직 전환과 인력기준의 재정비, 독립적 간호업무에 대한 간호조무사 수가 개발, 국가적 의료정책의 제도개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Q 지난 2012년 평택 국제대에 간호조무학과를 신설하는 등 제도권 교육에 진입을 꾀하고 있다. 앞으로의 간호조무사 양성 계획은.
A 간호조무사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의료현장 최전선에서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해 왔음에도 학원 출신이라는 이유로 선입견과 차별적 대우를 견뎌야 했다.
과거 보건의료인인 ‘간호보조원’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양성됐으나 현재는 전문성을 문제 삼아 중요 국가 의료정책사업에서 배제되며 직업적 차별을 받는 상황을 겪고 있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차별과 배제보다는 더 나은 교육의 기회를 통해 경쟁력 있는 인력으로 성장시키고 현장의 경험을 쌓게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간호인력체계 내의 이동이 가능한 민주적인 형태로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간호조무사에게 교육의 기회를 줘 능력을 향상하게 할 필요가 있다. 전문대 내의 간호조무학과를 신설하거나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학점은행제 등에 간호조무사 전문학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구체적인 제도 개선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Q 코로나19 시대 속 비대면 교육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회원 유지보수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는지.
A 현업에 종사하는 간호조무사는 누구나 의무적으로 보수교육을 연 8시간(대면교육 4시간, 온라인교육 4시간) 이수해야 했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진행되는 대면교육은 경기도간호조무사회와 간호조무사 모두에게 큰 부담이었다.
이에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차원에서 대면보수교육 4시간을 온라인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발 빠르게 움직여 지난 5월 복지부의 승인을 받았다. 올해는 보수교육뿐만 아니라 임상실무교육 등 모든 대면교육의 진행이 불투명하거나 취소된 상황이지만 비대면 온라인교육을 위해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우선, 기존의 대면교육을 온라인교육으로 전환해 진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확장했다. 또한 각종 교육 자료를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열람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온라인 회원서비스 강화를 위해 새로운 교육채널을 오픈했으며 비대면으로 협회소식과 의료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시작된 언택트 시대에 보다 안전한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겠다.
Q 향후 경기도간호조무사회 운영 방향은.
A 국가에서 관리하는 자격신고제가 시행된 지 이제 겨우 3년째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간호조무사가 도 의료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으나 간호조무사 조직 활성화가 돼 있지 않아 많은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각 지역의 간호조무사 조직이 바탕이 돼 간호조무사의 공통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내 간호조무사 4만여명의 권익증진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제도적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
권오탁기자 사진=조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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