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美中 안보경제전쟁, 강건너 불인가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이 세계를 뒤흔든다. 그러나 한국은 강 건너 불처럼 보고 있다. 일본은 물론 미국과 중국에 중립적이던 유럽도 안보경제정책을 강화한다. 미국은 중국이 경제력으로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사드를 배치했다고 한국에 무자비하게 경제보복 했던 것이 단적인 예다. 유럽은 코로나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태도를 바꿨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유럽의 각성을 촉구했고, 유럽연합은 중국을 협력적 동반자에서 경제적 경쟁자와 체제 경쟁자로 바꿨다. 시진핑 주석 이후 중국은 권위주의 강화로 유럽의 민주주의를, 시장 개방은 늦추고 보조금을 강화해 유럽 경제를 위협했다. 중국은 영국 독일 프랑스에 대해 과학기술을 노린 자본투자에, 남부와 중동부 유럽에 대해 항만 도로 등 인프라 투자에 집중했다.

중국이 필요한 첨단 기술과 두뇌는 미국에 몰려 있다. 표적이 된 미국은 중국이 첨단기업과 대학 및 연구소의 기술을 훔쳤다고 중국과 교류를 억제하고 신냉전에 들어갔다. 중국이 홍콩을 공산당의 지배하에 두자 유럽도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 체코 상원의장은 중국이 극구반대한 대만 방문을 강행했고,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은 홍콩 보안법 철회를 요구했다. 이러면서 미·중 신냉전은 경제에서 정치로,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은 미국의 대응을 따라가고 있다. 미국은 첫째, 중국으로 떠난 자국 기업의 귀환 즉 리쇼오링을 강화했고 둘째,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 투자의 심사를 엄격하게 했고 셋째, 미국 대학과 연구소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철저하게 통제했다.

미국은 안보경제차원에서 외국기업 유치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삼성과 경쟁하는 대만 반도체 회사 TSMC가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롯데와 현대차 등 한국 대표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게 했다. 그 뒤에는 국제개발금융공사(International Development Finance Corp: DFC)가 있다. DFC는 미국의 해외투자를 맡는 해외민간투자공사(OPIC) 등을 통합·확대해 설립됐는데 국방부와 긴밀하게 협력한다. 일본도 바뀌었다. 미국처럼 국가안전보장회의에 경제팀을 신설해 안보와 경제의 균형 전략을 만들었다. 최근에 일본 재무성은 외국인투자와 일본의 해외투자에 대한 기준을 강화했고, 안보 관련 규제 대상 기업 2천12개를 지정했다. 도요타와 소니 등 안보에 핵심인 518개 기업에 대해 외국인이 1% 이상 지분을 가질 때는 사전 심사를 받도록 했다.

제조업의 첨단화를 위한 중국 ‘제조 2025’로 타격이 가장 큰 나라로 한국이 지목됐다. 실제로 한중관계가 크게 변했다. 중국은 화학·석유제품 등 한국이 공급하던 중간재를 자급자족하고, 자동차와 TV 등에서 한국의 품질 비교 우위도 무너뜨렸다. 게다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배터리 등 중국 정부의 보조금은 한국 기업을 중국 시장에서 버티기 어렵게 만들었다. 반면, 중국은 한국의 첨단 산업 인력을 닥치는 대로 빼갔지만, 무방비다. 중국 배터리 연구원의 절반이 한국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기술유출에 대한 처벌은 거의 없다.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며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시장참여를 막아 중국산 드론과 태양광 등만 신나게 했다. 문재인 정권이 매달리는 그린 뉴딜 사업도 중국이 자본·기술 우위라 중국만 좋은 일로 될 가능성이 크다.

문 정권은 평화경제의 환상에 빠져 북한과 중국의 눈치를 보고, 소득주도성장의 환상에 빠져 인력양성은 외면한 채 공정경제의 환상에 빠져 대기업을 때리면 중소기업이 산다고 믿는다. 세계 각국이 외국인 투자 심사를 강화하는데 이마저도 하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문 정권은 안보경제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