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은 때로 현실을 움직인다. 일례로 시설이 낡고 노후화돼 폐장위기에 처했던 서울 능동의 어린이 대공원은 다양한 이들의 상상력을 빌려 담장을 허물고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됐다. 노르망디 해안의 작은 섬은 우체부를 활용해 독거노인 복지 모델을 선보였다. 우체부는 노인들과 5분간 대화를 나누며 필요한 약이나 신체 상태, 필요한 물품 등을 확인하고 조치한다. 이처럼 상상은 미래를 바꾸는 힘이 있다.
상상하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원치 않는 선택하는 것은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다. 우리는 이미 사회적 변화의 순간에 고통스런 결정을 내려야 했던 경험이 있다. IMF 구제금융 사태였다. 불행하게도 그때는 변화를 받아들일 시간도, 그 어떤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도 가지지 못했다.
우리는 지금 다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사회의 진입이다. 충격은 상당했다. 당장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구조조정, 비정규직 증가 등 달갑지 않은 변화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최근 민생의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소상공인, 노동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비대면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생계를 위협받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이겨나갈지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방법이 필요하다. 새롭게 일하는 방법, 다르게 사업하는 방법,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 말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지금 상황을 다시 살펴보자. 변화는 갑작스럽지만 우리에게는 미래를 선택하고 준비할 수 있는 얼마간의 시간이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기회다. 지난 IMF 때와는 다르게 선택하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더 따뜻한 미래를 상상하고 그려내는 것이다. 최근 시흥시의 사례는 좋은 힌트다. 코로나19로 비롯된 어려움으로 많은 사업장에서 일자리를 축소할 때 시흥시는 공생을 생각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고용유지 시흥 공동 선언’을 통해 350여개가 넘는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회를 그리며 변화의 방향이 그쪽을 향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가 그리는 미래사회의 모습은 상상에서 시작한다. 더 인간적인 사회, 모두가 행복한 따뜻한 사회를 향해 미래를 상상하고 그려보자.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상상을 해보자. 상상은 힘이 세다. 상상하다 보면 변화된 사회에 맞는 새로운 정책적 틀과 그에 맞는 세부 방안도 만들어진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경기도의회가 내딛는 첫 걸음은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세상을 만들 정책적 상상으로 시작될 것이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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