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인도 원산지검증 강화’ 수출기업 대비 필요

인도정부가 이달 21일부터 원산지 관리규정을 강화한 ‘관세 규칙 2020’를 시행함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인도수출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 제도시행은 저품질 제품의 인도 유입과 FTA파트너 국가를 경유해서 인도로 들어오는 제3국 상품의 덤핑수출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인데 그 배경에는 최대수입국인 중국 및 인도와 FTA를 체결하고 있는 국가들과의 교역에서 발생하는 만성적인 무역적자 때문이다.

2019년 인도의 무역적자는 1천520억 달러로 중동국가들로부터의 석유수입을 제외하면 중국과의 교역에서 적자폭이 가장 크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아세안 등과 같은 수입시 관세를 우대하는 FTA 체결국들이 다음이다. 한국과 인도 간에는 FTA격인 CEPA(포괄적경제협력동반자협정)가 2010년 1월 정식 발효되었지만 양국 간 윈윈(win-win) 의도와 달리 일방적으로 한국의 수출만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인도의 한국수출은 제자리인데 비해 한국의 인도수출은 88.7% 증가했고, 무역수지 흑자도 2.5배가 늘어 지난해 95억불을 기록하는 등 양국의 무역수지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무역수지 불균형이 커질 경우 미국처럼 환율조작국 지정 같은 강력한 제제수단이 없는 인도로서는 수입물품에 대한 통관을 까다롭게 하는 비관세장벽을 들고 나온 것이다. 특히, 이번 조치가 중국산 원부자재와 부품이용률이 높고, 중국공장에서 제조한 완성품의 제3국 수출을 많이 하고 있는 우리기업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 관세청도 이런 우려 때문에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인도 수출시 역내가치비율, 품목별원산지기준 등 원산지 결정기준을 충족한다는 원산지 입증정보를 잘 갖추어 인도 세관당국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한 대비를 강조하고 있다.

인도정부는 이번 FTA체결국에 대해 원산지검증이라는 수입억제책과 병행해 해외기업이 정부주관 프로젝트 참여시 인도산 소재 사용 확대 및 특정 산업과 품목에 대해 추가 인증 및 기준을 요구하는 무역기술장벽(TBT)을 시도하고 있다. 인도라는 거대시장이 탐나면 들어와서 생산하라는 말이다. 이제 우리 기업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글로벌공급시스템이 약화된 틈을 타고 불어오는 인도의 보호무역이라는 바람과 맞서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이번 원산지검증 강화조치에 대비해 증빙서류는 물론이고 물량 및 가격관리 등 적극적 대응을 통해 사전에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산 원부자재 의존도를 낮추며 인도기업과 합작 혹은 인도산 원부자재를 이용하려는 역발상이 위기대응의 방법일 수 있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글로벌통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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