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은행에 저금할 때 이자가 몇 퍼센트인지 묻는다.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자계산 방식이 복리인지 단리인지도 묻는다. 은행이자가 낮아 만족스럽지 않은 사람은 수익률이 좀 더 높은 투자 상품을 원하기 때문에 주식이나 펀드, 채권 등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은행에 저축하든 아니면 수익률이 높은 투자 상품에 투자하든 결국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투자한 원금에 대한 수익성이다. 즉 내가 가진 자산을 투자했을 때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가이다.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금리와 거치기간, 투자기간, 자금조달방법 등 너무나도 다양한 요인들을 따져야 알 수 있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1천만원을 은행예금으로 예치했을 때 두 배가 되려면 얼마나 걸릴까. 예를 들어 금리(복리)가 7%라고 하면 원금이 두 배로 불어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약 10년이다. 72를 적용이율 7%로 나누면 10.28이 나오는데, 이 수치가 원금이 두 배로 불어나는 데 걸리는 기간을 의미한다. 지금처럼 금리가 1%도 유지하기 어렵다면 원금이 두 배가 되는데는 적어도 70년 이상이 걸리게 된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예금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러한 계산법을 ‘72 법칙’이라고 한다. 내가 투자한 원금이 두 배로 불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쉽게 계산하는 방법이다. ‘72 법칙’은 복리방식으로 이자를 계산하기 때문에 단리가 적용되는 은행의 예ㆍ적금을 재테크 주요 수단으로 이용하면 72 법칙의 기간 내에 목표 금액을 달성하기 어렵다.
복리계산은 아인슈타인도 극찬했다고 하는 인간의 위대한 수학적 발견으로 회자된다. 복리를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맨해튼을 단돈 24달러에 팔아버린 인디언의 이야기이다. 1926년에 네덜란드의 서인도 총독 피터 미누이트는 24달러를 주고 미국 인디언들에게서 맨해튼 섬을 구입했다. 이에 대해 ‘24달러를 받았던 인디언들이 매년 8%의 복리로 24달러를 운용했다면 어떠했을까’. 380년 동안 복리 8%로 24달러를 운용한다면 그 금액은 약 121조원 달러로서, 맨해튼 섬을 사고도 돈이 남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복리가 아닌 단리로 운용한다면 754달러에 불과하다. 이처럼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복리의 힘이 발휘된다.
복리방식을 이용해 국민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국민의 80% 이상이 집을 보유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정부에서 운용하고 있는 강제저축개념의 중앙적립기금(CPF) 때문이다. 싱가포르 국민이라면 모두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급여의 37%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달 낸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싱가포르 국민은 집도 사고 교육도 받고 의료비로 충당한다. 그뿐만 아니라 노후자금도 만들 수 있다. 어떻게 급여 일부만 모아서 가능할까. 복리이자 때문이다. 정부는 가입자가 납입한 적립액에 대한 이자를 복리로 지급하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저축에 대한 금리가 1%도 안 된다. 이래서는 서민들이 목돈을 만들 수가 없다. 국민연금과 청약저축이 있지만, 이것으로는 집도 마련할 수 없고 노후대비를 하기도 버겁다. 사람들이 삶의 안전망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일정금액에 대해 정부가 복리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을 만들고 이를 국민연금, 청약저축과 연계해보면 어떨까. 무조건 나눠주는 복지는 지속적일 수 없다. 상대적 박탈감을 양산하고 불평등을 조장할 수도 있다.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자조적 기반 위에 정부가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오래갈 수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