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안보는 경제다

경제(經濟)라는 말은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준말이다. 다양한 현실에서 실천 원리로 작용한 이념으로 영어 이코노미 번역어이기도 하다. 경제라는 말의 경(經)은 ‘날줄’이라는 의미로, 그 뜻이 확대되어 세상을 구한다는 경륜(經綸)이라는 의미도 갖게 됐다. 이제 경제는 미·중 전방위 충돌 시대에 안보적 관점에서 직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문제로 포장된 미·중 무역분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리나라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중국 부상으로 빚어진 동북아정세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경귀를 상기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이 일대일로를 국가전략으로 채택하면서 국제정치나 안보 이슈에서 국수주의 입장을 강조하고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등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ZTE의 보안 문제를 들어 동맹국들에 사용 자제를 요청한 것은 미·중 하이테크 냉전 시대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반중국을 표방하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 안보 대화기구인 쿼드(QUAD)국가들은 안보적 차원에서 이를 수용했다.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쿼드 합류를 압박받고 있다. 거부하면 한국은 기업 기술을 빼앗기고 경제도 손해를 본다. 한국은 쿼드 안보에서도 제외되면 북대서양 조약 기구 군사 전술 자료 교환 네트워크인 Link-16 등 차후 업데이트에서 한국은 제외될 확률이 크다. 베이징-상하이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한국은 차후 퇴출 1순위가 될것이 명약관화하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압박이 가중되는 가운데 국내적으로는 경제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대비 8.5%(43.5조원) 늘린 총 555조 8천억원의 총지출 예산안을 책정했다. 2017년의 400.5조에서 155조원 늘어 39% 가까이 증가했다. 재정적자는 1년동안 140조 폭증해 사상 최대 규모인 945조원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등으로 국가경제가 저성장 함정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국가채무가 늘어나면 중남미처럼 국가부도 위기로 몰릴 수 있는 등 사면초가의 국가적 재앙을 불러올 리스크가 산재해 있다.

구 한말 일본 주재 중국 외교관 황준헌이 ‘조선책략’에서 조선이 중국과 친하고, 일본과 맺고, 미국과 연계해 부국강병을 도모하라고 했다. 당시 조선 상황을 ‘집이 불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처마 밑에서 재잘거리는 제비와 참새가 바로 조선의 처지’라며 ‘연작처당(燕雀處堂)’에 빗댔다. 지금과 그때가 무엇이 다른가.

박종렬 가천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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