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바이든과 김정은의 첫 단추를 채워주는 법

내년 1월 취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로 북핵문제를 어떻게 풀어갈까. 만약 북한이 과거와 같은 도발적 행위를 시도하거나 미국이 강경한 원칙만을 고집해서 둘 사이가 틀어져서는 안 된다. 북미관계가 일단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뒤늦게 우리가 촉진자 또는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이제 뒷전에 물러나 있지 말고 북한과 미국이 제대로 방향을 잡도록 첫 단추를 채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리 스스로 북핵문제에 대한 해결방안과 로드맵을 가지고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적극적으로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여러 개의 단추를 하나씩 단계적으로 채워나가야 함을 설득해야 한다. 이와 같은 우리의 입장 표명은 북한과 미국 모두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선 북한과 신뢰회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2018년 세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은 여러 과제를 합의했지만 이후 북미관계가 교착돼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북한의 신뢰 회복도 필요하지만, 북한이 남한의 추진력에 실망한 것도 문제다. 우리의 신뢰 회복을 위해 대북정책 실행 의지와 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책임지겠다는 의사 표시가 있다면 북한도 우리를 믿고 따라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도 공개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강대국을 상대로 비공개 협의만 진행해서는 우리가 끌려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공론화해서 한반도 주변국의 지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정부는 톱다운 방식 북미대화에 의존해 한국의 역할이 제한적이었으나, 바이든 정부는 동맹의 입장을 고려해 우리의 북핵문제 해결방안에 귀 기울여 줄 수 있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미국은 내년 1월20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게 되며, 북한은 1월 중 8차 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전략 노선을 확정 짓게 될 것이다. 일단 미국과 북한이 새로운 정책 방향을 결정해서 발표하면 나중에 다시 수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올해가 지나가기 전 우리 정부의 북핵문제 해결방안과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 무드를 조성해서 북한의 돌발 행동을 억제하고 미국의 전향적 접근을 이끌어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단추를 하나씩 채워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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