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지구촌을 급습한 이후,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사람들의 경제 활동과 사회 활동을 대폭 축소시켰고, 생활 패턴의 변화도 가져왔다. 코로나 팬데믹은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등 모든 분야에 심각한 위기이자, 우리에게 일상적인 활동을 잠시 멈추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인간 활동이 축소됨으로써 자연환경이 일시적으로나마 개선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만 한다.
중국에서는 올해 1월 말 공장이 강제로 문을 닫고 육상 통행과 관광이 줄어들면서 이산화질소의 배출량이 30%까지 줄었다. 대기질과 수질도 전보다 나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환경부도 금년 1분기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작년보다 27% 감소하였다고 발표했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도시 봉쇄 두 달 후 오염 물질을 수면으로 방출하는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화학물질인 인과 암모니아의 검출양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실내 공간으로 들어가면서 급속한 도시화로 터전을 잃었던 동물들이 위협을 덜 느끼기 시작했고, 도시로 내려온 동물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환경 개선의 효과는 일시적인 것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이런 변화는 오래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증가하게 된 환경오염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우선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을 감염방지를 위해 식당과 카페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일회용 마스크의 사용이 갑작스럽게 늘어났고, 마스크의 재료는 비닐 코팅 처리가 된 종이, 플라스틱, 폴리프로필렌 등 재활용이 어려운 물질로 새로운 환경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8월 환경부의 발표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비닐 폐기물과 플라스틱 폐기물은 작년보다 11.1%, 15.6% 증가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시대에 전염병의 확산방지를 위해 위생과 방역에 직결되는 일회용품 소비의 증가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경각심을 갖고 환경문제를 염두에 두고 소비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음식배달을 위한 친환경 용기를 개발하고, 일회용품도 친환경 소재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하여 코로나19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원인이 무분별한 개발로 생태계를 파괴함으로써 발생했다는 점, 더 나아가 대기오염이 코로나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 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연자원이 미래 세대로부터 신탁 받은 것임을 깨달아 ‘공유지의 비극’(남을 희생시켜서라도 자기의 이익과 권리를 극대화하려고 할 경우, 결과적으로 자신을 포함한 공동체 전부가 피해를 보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문현 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전 숭실대학교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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