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약속의 땅

A Promised Land. 밀리언셀러를 예고하는 전직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자서전 제목 <약속의 땅>이다. 하와이 바닷바람의 그늘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가 태평양 가운데 섬을 떠나 미국 본토에 발을 디뎠을 때 그곳은 약속의 대지였다. 앵글로 색슨의 프로테스탄트가 주류인 세상에서 약속을 품은 유색인종 청년은 뉴욕에서도, 시카고에서도 위축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다짐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분투했고 44대 대통령직은 보상이었다.

유년시절 펜실베니아에서 델라웨어로 이주한 조셉 바이든에게 델라웨어주의 윌밍턴이란 도시는 약속의 땅 이상이었다. 정치여정 기간 내내 굳게 지킨 지역구였다. 승리할 때도 윌밍턴에 있었고 운명에 저항할 때도 그곳에 있었다. 그가 품었던 포부대로 이제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일할 고귀한 약속을 받았다. 11월 초순 대선 승리연설을 한 곳도, 11월 하순 직접 인선한 외교안보팀을 소개한 장소도 약속의 땅 윌밍턴이었다.

부통령 시절 바이든은 대통령 오바마와 더할 수 없는 개인적 유대까지 자랑하였지만, 대통령으로부터 다음을 약속받지 못했다. 2016년의 좌절이후 4년을 견디어 온 바이든이다. 민주당내 경선이 더 큰 고비였다. 민주당원들은 신선한 인물에 대한 선호도가 공화당에 비해 높은 편이다. 70대 후반의 나이에, 동료들이 요트와 산장에서 인생의 황혼을 관조하는 시기에, 격전지에 나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을 쟁취한 것은 당연이 아니라 극적인 일이었다. 치열했던 당내 경선에서 살아 남았고, 급기야 45대 현직 대통령에게 패배를 안겨 주었다. 조셉 바이든은 그가 품었던 집념의 크기만큼 위대해진 것이다. 내년 1월 20일 제46대 미합중국 대통령으로 취임할 바이든은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됐다. 최고령이다.

부통령 시절에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대통령직을 맡게 되면 가끔씩 연설 말미에 아일랜드 시인의 시 한 구절을 읊을 노(老)대통령의 지적인 모습을 보게 될 듯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오래 전부터 백발이지만 유머감각은 여전히 퇴색되지 않았다. 19세기의 위대한 미국인 마크 트웨인이 조언한대로 유쾌한 인생을 살려는 몸부림이 있다. 그에게도 검은색의 인간적인 상처들이 온 몸을 감고 있지만, 미국인들이 소중히 여기는 낙관주의의 가치를 잊은 적이 없다. 오늘도 변함없이 핑크빛 미소로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의 에너지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