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기술·공정 접목… 열린 과학기술 생태계 조성”
“경기도가 추구하는 ‘공정한 세상’을 ‘융합기술’로 뒷받침하겠습니다”
경기도의 유일한 R&D 기관인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주영창 원장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으로 ‘공정’을 꼽았다. 경기도의 도정 운영철학과 맥을 같이하면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모든 경기도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중심을 잡겠다는 포부다.
특히 주 원장은 융기원이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이 단순히 ‘기술을 위한 기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업들이라고 봤다. 그가 전통적인 연구기관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실증화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히 연구개발 분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경기도를 만드는데 이바지하고 싶다는 주 원장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과 구상에 대해 들어봤다.
Q. 융합기술과 공정의 조합은 생소하게 들리는데 어떤 관계가 있는지.
A. 기술이라는 분야는 기득권자에게 치우치기 쉬운 속성이 있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지라 기술 대부분은 주로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일반인들을 위한 기술은 개발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잘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플랫폼의 경우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데이터를 다수 생산해낸다. 그러나 특정 기업이나 개인이 소유한 플랫폼이라면 그 데이터는 공익을 위해 쓰일 수 없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자원들이 일부를 위해서만 쓰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누구는 기술이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융기원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이 있는지에 주목해봤다. 융기원이 추진 중인 사업들을 보면 모두 경기도를 한 단계 높이는 기술이다. 만약 경기도의 도정철학인 ‘공정’과 접목한다면 사회적 약자들도 과학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Q. 취임한 지 9개월이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를 꼽는다면.
A. 우선 산발적으로 흩어져 관리하고 있던 연구분야를 부문별로 그룹핑해 조직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했다. 현재 융기원이 수행하고 있는 연구를 중심으로 차세대교통, 소재부품장비, 스마트시티, 지능화융합, 환경안전 5대 분야로 나눴다. 이를 통해 융기원이 수행하고 있는 연구의 방향성이 명확해졌다고 본다.
또 지역에 기반을 둔 R&D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서울대학교에 소속된 연구소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를 ‘지역사회 문제 해결형 연구기관’으로 전환하고자 노력했다.
사업적인 성과를 들자면 자율주행센터 내 입주해 있는 기업 실증을 강화했으며, 국비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시흥스마트시티 사업을 통해 세계 최초로 미세먼지 라이다 스캐닝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했다.
Q. 중점 추진 사업 중 하나인 소부장 분야에서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끌 생각인지.
A. 융기원이 수행하고 있는 소부장(소재ㆍ부품ㆍ장비) 사업의 목적은 대기업(수요)과 도내 중소기업(공급)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문제 해결사 제도를 시행해 왔으며, 최근에는 중앙분석실과 오픈랩을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 중앙분석실과 오픈랩의 경우 경기도내 수요자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같은 사업의 가장 큰 목적은 도내 소부장 중소기업에게 보다 친절한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들은 연구비 부족 문제와는 별개로 어떻게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융기원이 시행하고 있는 사업은 이처럼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많은 기업에서 시행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현재 지역 맞춤형 설명회 등을 구상하고 있으며 더 많은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Q. 국가 연구과제도 잇따라 수주하고 있는데 다양한 연구를 수주할 수 있었던 이유는.
A. 융기원은 ‘국가중점데이터 개방사업’(과기부, 6억3천만원), ‘자율주행차량 기반 교통밀도추정 운행패턴 모형개발’(한국연구재단, 2억4천만원), ‘지역수요기반 스마트시티 비즈니스모델개발’(국토교통부, 계속사업 21년도 27억원), ‘사회 안전도 분석을 위한 사회재난 안전플랫폼 구축’(행정안전부, 22억원) 등의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많은 국가연구과제를 수주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융기원의 역량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국가 연구과제는 기본적으로 경쟁형으로 이뤄진다. 물론 지역안배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융기원은 수도권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대상이 아니다. 다양한 국가연구과제를 수주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본적인 실력을 갖춘 기관이라는 의미다. 또 새로운 국가연구과제를 수행함으로서 융기원의 실력이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의 계기도 된다.
Q.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포스트 코로나와 관련해 준비 중인 것이 있다면.
A. 코로나를 계기로 사회 전 분야에 비대면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면 사회는 기술에 따른 격차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중심을 잡아주는 공공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기술에 소외된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에 공공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해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에 노력할 것이다. 하나의 플랫폼이 자리잡으면 여기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은 도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융기원과 같은 공공기관이 양극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비대면 시대에 등장하는 기술을 통해 발생하는 복지나 혜택이 어떻게 하면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준비를 해나가겠다.
Q. 앞으로 어떤 부분에 주력할 생각인지.
A. 앞으로의 사회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가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기관이 특출나다고 해서 모든 일을 수행할 수 없다. 다양한 기관이 모여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융기원이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겠다. 융기원이 자유롭게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도록 할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현재 경기대, 아주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서울기술연구원, 충남연구원 등 대학ㆍ유관기관 등과 함께 대형국비 과제 등을 유치하기 위한 협력회의 등 개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기존 메이커 스페이스와는 달리 거의 완제품에 근접할 수 있는 제작을 해볼 수 있는 곳을 구현할 생각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자와 기관 등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랑방과 같은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였고 소통했다. 융기원 역시 사랑방이 돼서 열린 과학기술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하겠다.
Q. 마지막으로 경기도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융기원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정부와 대학이 결합된 국내 유일한 지역 현장 밀착형 R&D기관이다. 또 ‘공정한 세상 새로운 경기’라는 가치를 첨단 융합기술로 기여 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공공기관이기도 하다.
다만 융기원이 수행하고 있는 것들이 R&D이다보니 기본적으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아울러 융기원은 경기도민의 것이다. 연구자들만의 문턱높은 공공기관이 아니라, 문턱없는 연구원을 지향하고 있으며, 기술창업 등 과학기술대중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앞으로 수준높은 연구를 하면서도 도민 삶과 관련 없는 연구가 아니라 실제 도움이 되는 환경, 안전, 편리성 등의 연구주제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
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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