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역사는 아프다.
해방 후 초대 헌법에 지방자치를 명문화 했으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당했고, 5ㆍ16 군사쿠데타 세력은 지방의회를 강제 해산시켰고 효력을 정지했다. 이후 권위적인 중앙집권시대가 30년 이상 지속됐다.
지난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 지방자치가 부활했으며 비로소 1991년 선거를 통해 지방의회가 구성됐다. 이렇듯 지방자치는 저절로, 쉽게 생겨난 것이 아니다.
올해는 지방자치시대가 열린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사람으로 따지면 30세, 공자는 30세의 나이를 이립(而立) 이라고 했다. 스스로 책임지는 나이라는 뜻이다.
서른살을 맞은 지방자치, 이제 ‘성장’을 넘어 이제는 ‘성숙’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까?
갈수록 악화되는 지방 재정도 문제이지만 특히 ‘중앙정치로부터 자율’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상향식 정책 생산보다는 아래로 내려오는 관행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아픈 역사에 비해 지방자치제가 진전되고 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방자치 무용론까지 주장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최근 ‘2020년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정부가 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80.1%는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 방역에 기여했다’ 고 평가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자치분권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는 응답도 74.8%로 나타났다.
수치만 보더라도 지방자치의 필요성에 대다수 국민이 손을 들어준 셈이다. 현재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으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위기와 불확실성이 이제 우리의 ‘일상’ 이 되어버린 지금.
중앙과 긴밀히 대응하며 재난기본소득 지급,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검사, 착한 임대료 운동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발 빠른 대처를 통해 지역사회 안정화를 이끌어낸 점은 지방정부의 좋은 본보기라 할 것이다.
특히 화성시는 지난해 3월 전국 최초로 소상공인 긴급재난생계수당을 지급하며 이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된 ‘재난기본소득’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모범사례로 인정받은 바 있다.
코로나19라는 위기가 어쩌면 국민에게 지방자치의 긍정적인 모습과 필요성을 체감할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지방자치의 성숙과 지방정부의 존재감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12월7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하며 중앙과 국회에서도 자치 분권을 향한 시대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다친 ‘외상 후 상처’를 우리는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지금 우리에겐 진정 어떤 가치가 필요할까. ‘사람’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 되살려야 할 가치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지역은 중앙보다 대안적일 수밖에 없다. 지역만이 가지는 고유성, 다양성을 바탕으로 내가 누릴 수 있는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 있는 정책이 내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행복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내 삶에 진짜 힘이 되는 지방자치, 성숙한 민주주의가 실현된다고 믿는다.
원유민 화성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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