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5일 노동당 8차 대회를 개막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2020년까지 진행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 목표가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경제제재, 코로나19, 수해 등 삼중고를 겪은 북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다. 2021년에는 경제 분야에 역점을 두고 보다 현실적인 계획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유엔 경제제재가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실행할 수 있는 경제발전 전략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제 남아있는 대안은 남북 및 국제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제재를 일부라도 완화해서 북한경제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다. 마침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7일 김 위원장의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를 전하면서 “조성된 형세와 변천된 시대적 요구에 맞게 대남문제를 고찰했으며 대외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우리 당의 총적 방향과 정책적 입장을 천명했다”고 보도했다.
남북이 우선 추진해야 할 협력 분야는 철도와 관광이다. 비상업적 공공인프라에 해당하는 철도는 경제제재의 예외조치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을 통과하는 철도는 유라시아 대륙과 직접 연결되는 육상 교통망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우리에게도 큰 이점이 있다. 또한 철도를 통해 북한 주요 관광지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면 남북한을 연계하는 국제관광 프로그램 개발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고속철도 건설에는 현지조사와 노선설계에만 수년이 소요되므로 제재와 관계없이 지금부터 당장 시작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20일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는 금강산 관광지구를 시찰하며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문화 휴양지로 개발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후 10여년간 방치돼 시설이 낙후됐기에 재개발이 필요한데, 여기에서도 남북 협력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관광객 방문에 대비한 의료시설 구축이 필요하다. 금강산에 남북협력 의료센터를 구축하고 ‘K-방역’ 시스템을 전수해 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직 완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도 보건·의료 분야 남북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 단순한 의약품 지원이 아니라 첨단 의료기술과 설비를 제공하는 종합병원과 의료인력 육성을 위한 의과대학 건설 등 시스템적 지원이 필요하다. 의료시설 구축은 북한 주민은 물론 우리 국민과 해외 관광객의 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여기에 우리의 컨벤션·호텔·헬스산업 경험을 접목한다면 원산을 국제적인 의료·휴양 관광지로 개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들과 함께 서울역에서 고속철을 타고 원산과 금강산 여행을 다녀오는 날을 꿈꿔 본다.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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