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은 가진 자원과 생산성 여건에서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장률 수준을 말한다. IMF(국제통화기금)나 국내 연구기관들은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후에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을 예상한다. 하지만 작년부터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1%대 재성장률은 우리에게 더욱 빨리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전반 7%대였던 잠재성장률이 30년 만에 1%대로 추락하게 되는 것이다.
경제는 노동과 자본의 투입을 늘리거나 생산성이 높아질 때 성장한다. 그런데 한국의 경제발전 단계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선 상황에서 앞으로 노동과 자본 투입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성장을 이어가기는 어렵다.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국내 투자 부진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주도하는 성장패턴으로 가야 한다.
현재 한국경제의 생산성은 미국의 60% 수준에 그치는 등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한다.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경제 및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개혁 외에 방법이 없다. 즉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낮추고 혁신 투자를 늘리기 위한 규제개혁과 창의적 인재를 기르기 위한 교육개혁 등이 절실하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워 성장률 반등을 시도했다. 소득주도성장 노선의 골자는 임금을 중심으로 가계소득이 늘어나면 가계의 소비가 증대되고 이는 기업의 투자확대로 이어져 경제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의 잠재성장률 하락이 말하듯 성장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 새로운 정책으로 혁신성장을 들고 나왔지만 이마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구조개혁과 혁신성장은 맞물려 있다. 즉 성장이 정체한 상황에서는 구조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이를 토대로 혁신성장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현 정부의 혁신성장 실패는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구조개혁 탓으로 볼 수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혁신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철폐, 창의성 교육 강화를 위한 교육개혁 등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 잠재력 회복을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 회복을 위해 혁신성장이 필요하다는 진단은 맞다. 하지만 그 혁신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개혁이 반드시 선행해야 한다.
정승연 인하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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