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이슈 - 선을 넘는 사람들] 1단지는 경기, 3단지는 서울… 이상한 나라의 ‘선긋기’

도내 13곳 ‘기형적 행정구역’에 경계조정 필요
도민인데 학군은 서울 “자녀 차별 당할까 걱정”
한 아파트서 안양·의왕 나뉘어… 집값 1억 차이
주민 불편 호소… 지자체 “조정 나서기 어렵다”

의정부시 수락리버시티아파트단지에 걸린 플래카드. 최태원기자
의정부시 수락리버시티아파트단지에 걸린 플래카드. 최태원기자

같은 아파트 단지, 혹은 동일한 건물에서도 행정구역이 갈리는 곳이 있다. 기형적인 행정구역 때문에 경계조정이 필요한 지역은 경기도내에만 13곳이다. 이곳 주민들은 행정구역이 달라 편의시설 이용 등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생활에선 건너편 지자체 주민으로서의 삶을 살며 ‘선을 넘고’ 있다. 이에 경기일보는 주요 현장을 찾아 해묵은 고충은 물론 배달료 차별, 지역화폐 민원 등 현장 목소리를 들어봤다.

27일 의정부시 장암동 수락리버시티. 이곳 아파트 대로에서 행정구역 조정을 요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난 2009년 준공된 수락리버시티는 너비 50m의 수변공원을 사이에 두고 서울시와 의정부시로 나뉘었다. 1ㆍ2단지(1천153가구)는 의정부시 장암동, 3ㆍ4단지(1천244가구)는 서울시 노원구가 주소다.

그러나 수락리버시티와 장암동 본 주거지역 사이에는 수락산이 위치, 1ㆍ2단지 주민들은 사실상 서울 시민으로 생활하고 있다. 지역번호를 ‘02’(서울시)로 사용하고, 학군도 서울시내로 배정받는다. 상황이 이렇자 주민들은 10년 이상 지자체 간 경계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학부모 A씨(45)는 “아이들이 서울시로 학교를 다니는데 왜 우리집은 의정부냐고 묻는다. 혹여 친구들 간 차별이라도 당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이미지 파란색 배경은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녹색 배경은 의왕시 포일동. 푸른마을인덕원대우아파트와 삼성래미안아파트 내에서 행정구역이 구분되고 있다
이미지 파란색 배경은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녹색 배경은 의왕시 포일동. 푸른마을인덕원대우아파트와 삼성래미안아파트 내에서 행정구역이 구분되고 있다

같은날 찾은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푸른마을인덕원대우아파트 1단지(17개동 1천996가구) . 1단지 입구에서 10여초 정도만 걸으면 의왕시 포일동 푸른마을 인덕원대우아파트 2단지(4개동 408가구)다. 이곳 아파트는 동일 규모(108㎡ 기준)인데도 매매가를 보면 1단지가 2단지보다 약 1억원 가량 비싸다. 지방선거와 총선 때마다 생활권과 다른 지역구에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도 불만이다. 또 배달 어플 등이 주소에 따라 음식 배달료가 책정되다 보니 안양 평촌동과 의왕 포일동(내손2동) 간 요금 차이가 발생한다. 2단지 의왕 주민이 안양지역 음식점에 주문하면 1단지 주민보다 500~800원을 더 내거나 배달이 되지 않은 사례까지 있다.

20년 이상 2단지에 거주한 B씨(51ㆍ여)는 최근 지역화폐 문제로 불편을 호소했다. 가게당 지역화폐를 한가지(사업자등록증 주소지)만 받기 때문이다. 의왕 주민인 B씨가 안양시 지역화폐를 추가 발행받으면 되지만 정책 지역화폐(재난지원금) 등은 의왕시 지역화폐만 받을 수 있다.

사진=장용준기자
사진=장용준기자

이러한 고충은 안양 평촌 삼성래미안(101~105동은 안양시, 106동은 의왕시)도 마찬가지다. 이외 안양시내에선 경계선이 건물 중간에 그어져 지방세를 2개 지자체에 분할 납부하는 롯데마트 의왕점(안양ㆍ의왕시)도 있다. 광명역자이타워(안양ㆍ광명시) 역시 비슷한 사례이지만 올 상반기 경계조정을 위한 시의회 의견 수렴 등이 예정됐다.

도내 경계조정 현안이 가장 많은 안양시 관계자는 “행정구역 경계조정은 양 지자체가 동일한 규모의 부지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조정을 희망하는 주민과 달리 다른 쪽은 바라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러면 지자체가 적극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로컬이슈팀=여승구ㆍ이정민ㆍ채태병ㆍ김현수ㆍ최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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