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이 1년째 지속되는 와중에 이상기후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올해 1월 폭설과 한파에 허덕이던 무렵 비교적 따뜻한 지역인 스페인 아라곤의 최저기온이 영하 34.1도까지 떨어졌다. 작년 9월 미국 콜로라도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다 하룻밤 사이에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등 기후위기현상의 극단적인 증거를 보여줬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감축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 1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하위 2위여서 세계 4대 ‘기후악당’국가에 속하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며 탄소중립선언을 했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탄탄한 기술력, 충분한 경제력과 제도적 기반을 갖춘 정부의 확고한 정책 의지와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을 때만 이룰 수 있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기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반영되지 않고, 경제적 부담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데다가 이를 구현할 제도적 기반구축이 없이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는 현실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
탄소중립을 위한 첫 단계는 에너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며 현재로써는 어떠한 에너지도 완벽하지 않다.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로 알려진 태양광과 풍력에 의한 산림과 농지의 훼손 및 소음 등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산림과 농지는 이산화탄소의 상쇄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사실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석탄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이에 석탄을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고,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원전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원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탄소중립에 가장 적절한 에너지원이다. 물론 원전폐기물 처리나 원전 사고에 철저히 대비하고자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제도도 정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탈원전·탈석탄과 신재생에너지 올인’이라는 양극단적인 정책으로는 탄소중립의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 환경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으면서 경제성이 있는 친환경 에너지는 지금의 기술로는 기대할 수 없다. 기후위기 문제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수립단계부터 관련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최대한 수렴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렇게 결정한 정책을 정권의 교체와 상관없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 대한민국은 ‘기후악당’ 국가라는 오명에서 탈피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것이다.
고문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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