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바이든 국제주의는 한국 외교의 새로운 기회

미국 외교정책의 방향 설정에서 핵심은 초강대국의 지위를 위해서 군사와 경제의 양면에서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 국력을 투사하는 것이 국익에 긍정적인가 여부를 기준으로 국제주의와 고립주의로 나뉘어 논쟁을 펼쳤다. 이 과정에 국익은 도덕적 정당성과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두 기준이 적용되었고, 외교정책의 수단으로 군사적 개입과 경제적 관여를 활용했다.

패권경쟁으로 미국의 국력이 상대적으로 위축되자 트럼프는 경제적 효율성에 충실했던 만큼 도덕적 정당성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고 여론도 이를 지지했다. 세계공동의 위기인 기후변화와 코로나19의 대유행에 미국은 어떤 비용도 지불하려고 하지 않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미국은 자국의 농산물을 대량으로 구매해 준 일본의 입장을 지지해주는 거래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의 일방주의와 예외주의에 근거한 잘못된 힘의 투사로 도덕적 존경심과 효율성을 모두 상실했다고 판단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바로잡아 도덕적 정당성을 우선 확보하여 경제적 효율성을 되찾는 도덕적 국제주의를 선언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 정부의 오류를 비난하기보다 국제사회의 불만을 확인하고 이를 교훈으로 국력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대응 수준을 결정하려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를 제공했지만 러시아는 미국에 구체적 항의 없이 묵인하는 형식으로 넘어갔다. 이란군 최고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를 공습으로 폭사시켰지만 이란은 별다른 대응조치가 없다. 성주군에 배치한 사드 엑스밴드 레이드가 베이징을 겨냥한다고 주장하던 중국이 미국에 직접 항의는 못하고 한한령을 내려 한국 기업에 화풀이하는 것으로 사태는 마무리되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보복관세에 대해서도 미국보다 중국의 피해가 더 큰데도 불구하고 중국은 경제협력을 완전히 와해시키는 수준의 대결은 피하면서 타협점을 찾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라크 주둔 미군을 공격한 시리아 민병대에 대한 공격을 허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군사적 고립주의가 아니라 도덕적 명분을 갖추어 국제질서에 힘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적극적인 역할과 관여를 통해 국제질서의 평화와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나가려고 한다. 미국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 초강대국으로서 도덕적 의무를 수행하여 도덕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경제와 무역에 있어서도 지속 가능한 국익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국익의 확보이며 이를 같이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 가치와 제도를 공유하는 D10을 근간으로 군사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안보협력체 Quad를 확장하려고 한다. 첨단기술에서 배터리 소재인 희토류와 반도체 완제품을 연계하여 호주, 동남아, 한국, 일본 그리고 대만을 연결하는 반중 반도체 동맹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바이든의 국제주의 외교정책의 모든 기준에 교집합으로 포함되는 핵심 파트너이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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