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장년층에겐 연로하신 부모님이 있기 마련이다. 몸이 아파 병원 출입이 잦으시니 신경 쓰고 돌봐 드려야 할 일이 많아지면서 젊은 시절보다 부모님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기도 하고 그에 따라 20년 후쯤 자기 자신을 자연스럽게 떠올려보게 된다. 그 시대가 되면 세상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우리 생활은 어떻게 변해있고 나의 노년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 속담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이제 옛말이 됐다. 요즘은 삶이 변화가 1.5년 정도라고 볼 만큼 간격이 짧아져 미래를 예측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코로나가 세계를 강타하며 라이프스타일을 이토록 바꾸어놓을 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향후 5년을 예측하는 일도 조심스럽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만 이것 하나는 예측할 수 있다. 중장년층과 부모세대 사이의 20년보다 밀레니얼 세대의 젊은이들과 지금 유아기에 있는 세대 사이의 20년이 더 큰 세대 차이를 보일 것이란 사실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나고 자란 세대를 일컫는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 살며 한국어를 쓰는 부모님 아래서 태어난 아기가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말하게 되는 것처럼 디지털 네이티브는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데 특별한 배움이 없이도 웬만한 것은 직관적으로 능숙하게 다루게 되는 것이다. 아직 말도 또렷하게 못 하는 아기가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스마트폰의 화면을 손가락으로 넘길 줄 알아서 그림책도 보고 동영상도 본다는 증언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반면 중장년층의 디지털 활용도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포털 기사를 클릭해서 본다거나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고,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문자나 사진을 보낼 수 있는 정도인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디지털 뱅킹, 쇼핑, 예약 같은 자기 생활 속에서 유용한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의외로 그 부분까지도 어려워하거나 활용하지 못하는 장년층도 꽤 많다. 어쩌면 20년 후쯤 노인들은 어린이들과 대화하기 더욱 어려울지도 모른다.
앞으로 사회는 나 홀로 세상과 떨어진 곳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디지털 활용 능력이 떨어질수록 사회적 소외는 더 빠르게 일어나기 쉽다. 디지털 시대의 정보지지(informational support)는 사회적 지지의 요소로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수명이 늘어나면 은퇴 후에 살아야 할 시간이 더 길어진다. 중장년층에게 다가오는 미래는 디지털 활용 능력에 따라 삶의 질에 큰 격차가 생길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환경이나 타의에 의한 변화를 따라가는 일은 힘겹다. ‘이제까지도 잘 살았는데 그냥 이대로 살지’, ‘이 나이에 귀찮게 뭘 배워서까지’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그때는 더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젊은 나이에도 변화하지 않으려 하는데 나이가 더 들어서 변화를 따라가긴 더 어렵기 때문이다. 디지털을 통해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되는 삶을 상상하며, 배움에 대해 즐겁게 생각하는 태도로 저항하는 마음을 응원하면서 나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윤택한 노년을 위한 중요한 준비다.
전미옥 중부대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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