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춘분(春分)이 지나면서 봄이 어김없이 우리 곁에 왔음을 실감한다. 나무와 풀들이 일제히 겨우내 언 땅을 헤치며 꿈틀거리고 있다. 버드나무는 어느새 연녹색 빛을 띠기 시작했다. 양지바른 곳엔 벌써 목련까지 피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봄도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 코로나 확진자가 여전히 400여명 수준이라 5명 이하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방역은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정작 백신접종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접종 인원도 21일 0시 기준 67만5천여명으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 정도 속도면 연말이나 돼야 백신접종이 거의 완료될 것이라고 한다.
하여 올봄에 집콕에서 해방돼 봄나들이를 즐기고 싶지만 희망사항일 뿐이다. 상춘객들을 대상으로 대목을 노리는 소상인의 한숨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한편 지난 1월 실업자 수가 157만명으로 통계청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취업자 수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시기보다 더 급감했다. 60대 이상 급조된 노인 일자리 거품이 빠지면서 분식통계가 탄로 났다.
유례없는 집값 폭등과 수시로 바뀌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좋은 일자리의 희망도, 내 집 마련의 꿈도 앗아가 버리고 있다. 마침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터졌다. LH 투기사태는 코로나로 갇혀 있던 민심에 불을 질렀다. 들끓는 민심의 분노에 문 대통령이 사과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3년 전의 ‘봄날이 온다’에 목을 매면서 또다시 북에 추파를 던졌다. 그러나 지난 17일 김여정으로부터 온 답은 “남조선 당국이 그처럼 바라는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돌아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겁박뿐이었다.
게다가 지난 18일에 열린 한미 ‘2+2(외교ㆍ국방장관) 회담’에서 미국은 정확하게 ‘북한 비핵화’를, 당사국인 한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외치면서 엇박자를 쳤다. 이어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2+2 회담’에서 양국은 시종일관 난타전을 벌였다. 국제정치의 세력판도는 미중갈등 구조로 신속하게 재편되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과 연대해 쿼드를 비롯 대중포위망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미동맹이 바이든 정부에서도 엇박자를 내면서 한국은 쿼드에서 빠지고 오히려 중국과 북한의 심기를 살피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할수록 북중 밀착은 가속화 되게 마련이나 정부는 ‘3년 전 봄날’에만 목을 매고 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분노의 계절’ 봄 같지 않은 봄 아침이다.
김기호 둘하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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