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부동산 시장에 만연한 도덕 불감증과 LH 5법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부동산 투기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도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국회는 25일 본회의를 열고 LH 5법 가운데 공직자윤리법, 공공주택특별법, LH법 등 3개 법안을 의결했다.

3개 법안의 통과로 이해충돌방지법과 부동산거래법 개정만 남고 있다. 그러나 소급적용이 빠지면서 정작 이번 사태의 당사자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당정청 논의를 통해 부동산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예방ㆍ적발ㆍ처벌ㆍ환수에 관한 후속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서 토지를 사들일 때 자금조달 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고 논란이 되는 농지취득도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이익이 발생하고 이익 정도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까지도 처하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수많은 개발사업에 수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정부자금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충분히 예상됐던 결과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 투기는 고질적 문제였다.

1989년 4월에 분당, 일산 등 5개 지역에 29만2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1기 신도시 건설계획이 발표됐다. 당시 부동산 투기는 군 기밀을 이용한 현역 고급장교와 군 관계자들이 연루됐다. 부동산중개업법(중개대상물 직접거래), 국토관리이용법(토지거래 무신고) 등을 위반한 사례도 적발됐다. 2001년 동탄1을 시작으로 출발한 2기 신도시 시기에도 5천명이 넘는 사람이 세무조사를 받았고 수천억원 규모의 탈루세금이 추징됐다.

지금 사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LH 직원에게서 촉발됐지만 연루된 범위는 전혀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과거에도 투기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당시 정부는 부동산 투기사범 합동단속본부를 대검중수부에 설치했다. 국세청은 신도시 건설지역 및 주변지역은 물론 전국을 대상으로 부동산 거래횟수나 면적이 많은 사람에 대한 엄중한 조사를 실시했고, 세금을 추징했다. 부동산 투기사범은 언론에 실명도 공개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부동산 투기로 인한 사회혼란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기획 부동산이 판을 치고 온 국민이 부동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 보고된 기사는 우리 사회가 내몰린 도덕 불감증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가 겸직허가도 없이 부동산강의를 하면서 부동산을 통한 시세차익을 운운했다고 한다. 매우 충격적이다.

공직자로서의 윤리보다 부동산 시세차익에 대한 환상이 더 커진 사회의 단면이다.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아이들의 꿈이 건물주가 돼버렸다. 비극이다. 건물주를 꿈꾸는 사회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기업가정신을 요구할 수 있을까, 공직자로서의 윤리와 도덕을 강조할 수 있을까. 작금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관련 법을 만들고 관련자에게 처벌수위를 높인다고 건물주를 꿈꾸는 어두운 사회상이 달라질 수 있을까. 로또분양과 개발로 인한 시세차익을 꿈꾸는 사회에서 땀의 정직함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는 비단 부동산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규제로 점철되는 사이에 누구나 최소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양심과 도덕성이 사라지는 무서운 사회가 돼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돌아보자. 무엇이 잘못돼가고 있는지. 무엇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지.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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