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가히 부동산 공화국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오랜 시간 동안 가장 확실한 자산 증식 수단이었다. 결코 실패하지 않는 투자처라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커갔다. 하지만 ‘강남불패, 똘똘한 한 채, 영끌’ 등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말들이 회자될수록 부동산이 지닌 공적인 가치, 기본권으로서 주거권은 점점 더 잊히게 됐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인해 부동산 투기의 민낯이 드러났다. 그동안 토건 마피아라 부르던 부동산 개발세력들이 어떻게 국토를 유린하고 서민의 주거 안정성을 헤쳤는지가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이를 보는 일반 서민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졌다.
부동산과 관련한 우리나라 투기의 역사는 그 뿌리가 깊다. 1970년대 서울 강남 개발에서부터 최근 신도시 개발까지 수십 년은 족히 넘는다.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부동산은 사회적 신드롬을 넘어 신화가 되어갔다. 정권이 몇 번이 바뀌는 사이 개발세력의 입지는 더욱더 공고해지고 커졌다. 그렇게 적폐가 쌓여갈수록 서민들의 박탈감은 커졌다.
며칠 전 한국경제연구원에서 고용부와 통계청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최근 5년간 근로자의 임금은 3.4% 올랐지만 집값은 7.9%가 올랐다. 서울 집값은 무려 12.9%가 올랐다. 평균임금(2020년 근로자 임금 352만7천원 기준)을 받는 근로자가 돈 한 푼 쓰지 않고 무려 21.8년을 모아야 서울 중위가격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이것을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이다. 언제까지고 부동산의 가치가 커질 수는 없다. 땅에서 나는 것을 먹고살고, 일상에 필요한 물건을 생산할 터가 반드시 필요한 이상 과도한 지가(地價)는 필연적으로 국가의 위기를 불러온다.
쌓인 부조리 역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LH 사태는 부동산 투기의 적폐가 쌓이고 쌓이다 수면으로 드러난 경우다. 비록 LH 내부정보를 이용한 기관 직원의 부당이득으로 촉발됐지만 LH 사태는 특정 정파나 정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핵심은 공직사회까지 뿌리깊이 박힌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철저한 대책과 부동산에 쏠리는 투기 수요를 확실하게 끊어내는 것에 있다.
LH 사태를 기회로 시대의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를 끝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4ㆍ7 재보선은 우리 사회 뿌리 깊은 부동산 투기의 역사를 끝낼 좋은 출발점이다. 투기로 인한 반칙과 부조리가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음을 단호하게 보여줘야 한다. 더욱 투명한 법과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하고,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국토이용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우리나라가 새롭게 도약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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