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안배·선수 출신 고른 임원진 기용
수영등급제·인명구조 자격증 연내 추진
지난 1월 모두의 예상과 달리 막강 경제권을 앞세운 중견기업 회장을 제치고 ‘경제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대한수영연맹 28대 회장에 당선된 정창훈 회장(57). 정 회장은 선수를 거쳐 지도자와 수영장 대표, 김포시수영연맹 회장, 경기도근대5종연맹 상임 부회장, 경기도수영연맹 회장,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한국선수단장을 역임한 전문 수영인 출신이다. 남다른 추진력과 특유의 뚝심으로 2019년 경기도체육회 관리단체였던 수영연맹을 맡아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뒤, 이번에는 역시 좌초 위기에 놓였던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맡아 정상 항해를 이끌고 있다. 지난 15일 정 회장을 만나 대한민국 수영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들어봤다.
Q 2019년 관리단체이던 경기도수영연맹 회장에 취임했고, 2년 만에 좌초 위기의 대한수영연맹 수장을 맡았다. 취임 100일이 지났는데 경기인 출신 회장으로 소회는.
A 지방과의 소통과 협력을 위해 17개 시ㆍ도에서 추천해주신 분들을 이사진에 골고루 배치했다. 경기도를 포함해 여러 선ㆍ후배님들께서 도와주셔서 수월한 편이다. 올해는 도쿄올림픽이 있다. 연맹 정상화도 힘써야 하고 올림픽도 준비해야 해서 무척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경기도에서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김범준 회장을 비롯해 대한수영연맹 상임부회장으로 온 행정부회장 등 많은 경기도 분들이 내게 도움을 주고 있다. 경기도가 위기에서 자리잡는 데 5개월 정도가 걸렸다. 대한수영연맹도 다 잡았다고 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전국 조직이다보니 기간을 두고 차근차근 자리를 잡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Q 회장 선거 당시 경쟁 상대였던 중견기업 회장을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승리 원동력은 무엇인가.
A 대한수영연맹 역사가 100년 가까이 됐다. 그전까지 기업인들, 특히 대기업에서 회장직을 주로 맡아왔다. 하지만 직접 연맹을 챙기지 않고 집행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놓다보니 문제가 생겨왔다. 내가 맡으면서 직접 챙기고 있다. 경기인 출신 회장단으로 꾸려져 무슨일이 생겨도 바로바로 일 처리가 가능하다. 그간 수영인들이 많이 지쳤었다. 무언가를 건의해도 그것이 해결되는데 굉장히 길었는데 지금은 바로 되다보니 현장에서 많이 좋아한다. 지친 수영인들이 나를 지지해줬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애환을 저를 통해 선거 결과로 보여주신 것 같다.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단장을 역임할 때 국가대표 선수ㆍ코치, 임원, 심판 등이 제가 하는 일을 보고 나서 ‘경기인 출신은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해 저에게 감사히 지지를 해주신 것 같다.
Q 선거 당시부터 투명 행정과 소통을 강조했다. 특히 지방 연맹과의 화합, 소통을 강조했는데.
A 예전(경기도수영연맹 회장)과 똑같이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대한수영연맹 회장이 되면서 딱히 달라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역에서 민원이 들어와도 3일 안에 피드백을 바로 줄 정도로 소통하고 있다. 또 경기 운영 부분에 있어서도 지역에 맞게 골고루 배분하고 있다. 지역과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문제들이 나올 때마다 바로 해결하고 있고, 또 계속 그렇게 할 생각이다.
Q 집행부에 6대4 비율로 전문선수 출신과 동호인 또는 기업인들로 구성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그렇게 구성한 이유는.
A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진정한 통합연맹을 구축하는 것이다. 둘 중 어느 한 쪽에 치우치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엘리트 만큼이나 생활체육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안배를 그렇게 했다. 생활체육도 연맹차원에서 대회를 많이 치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이번달 김천에서 열렸던 첫 대회를 아마추어와 함께 치렀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참여하지 못했지만, 동호인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함께한 부분이 좋았다라는 평가를 많이 해주셨다.
Q 추진 사업 중에 ‘수영 등급제’와 ‘50m 자유영법리그’ 등 생소한 정책이나 사업이 눈에 띈다. 주요 사업을 소개한다면.
A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건 부분이다. 올해 안에 다할 생각을 갖고 있다. 생존수영을 기반으로한 수영 등급제는 지난 3월 TF팀을 별도로 구성해 만들어가고 있다. 이르면 7~8월 안에 서류가 통과돼 대한수영연맹에서 직접 할 것으로 예상한다. 수영 등급제를 짧게 설명하자면 태권도의 급수 또는 단으로 보면 된다. 미주에서는 이미 시행한지 오래다.
50m 자유영법리그는 경기도수영연맹 회장 당시 구상한 것이다. 영법 구분없이 릴레이를 통한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기 때문에 체력, 스피드, 전략을 갖춰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아마추어나 엘리트선수 구분 없이 수영연맹에 등록된 사람이면 누구나 출전 가능하다. 이 외에도 ‘인명구조 자격증’도 하려고 한다. 우리나라 수영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단체가 대한수영연맹이다. 연맹에서 자격증을 줘야한다. 이것이 실현되면 수영도 하고, 자격증도 따고, 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취업 자리도 만들어 줄 수 있다. 은퇴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임기 내 완성하고 싶다.
Q 박태환 이후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수가 없었다. 황선우, 조성재 등 유망주들이 최근 등장했는데 유망주 육성 방향은.
A 세계적인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뒤떨어진다. 그전에는 개인 지도자들에 의해서만 선수들이 육성됐다. 이제부터라도 대한수영연맹과 지도자, 그리고 선수들이 한 몸이 돼 움직이는 육성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수영하기 좋은 신체조건을 갖추고 있다. 외국 선수와 별 차이가 안 난다. 최고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수영 지도자들도 많다. 그 분들을 초청해 그들의 방식과 노하우를 전수해 대표 선수들을 비롯, 모든 선수들의 장점을 더 발전시키는 움직임을 가지려 한다. 또 예전 선배들의 강한 정신력도 갖출 수 있도록 선배들을 통해 교육을 할 것이다. 또한 유망주 발굴ㆍ육성 단계를 프로그램으로 개발해 국제 경쟁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이 나오게 할 것이다. 최근 많이 좋아졌다. 연령대별 대표팀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개인 코치에 의해 선수들이 육성됐다면 이제는 그런 시스템을 연맹에서 구축한 뒤 17개 시ㆍ도에도 매뉴얼을 내려줄 계획이다.
Q 코로나19로 생활체육 수영이 다소 침체돼 있다. 앞으로 이를 활성화 시킬 방안은.
A 엘리트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치르는 대회를 많이 개최하려고 한다. 엘리트와 생활체육 선수들은 이전까지 대회를 별도로 치렀지만, 올해 김천에서 열린 첫 대회서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함께 호흡했는데 많이들 좋아하셨다. 엘리트가 중요하다. 하지만 생활체육도 많이 활성화돼야 전문 선수가 많이 나온다. 6개 정도의 아마추어대회 개최를 올해 준비 중이다. 효율성을 높일 뿐 아니라 엘리트 선수들과 같이 수영하는 것 만으로도 동기부여를 가진 사람도 꽤 많다. 통합 대한수영연맹인 만큼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각자의 색을 유지하며 함께 갈 수 있도록 하겠다.
Q 취임 일성으로 수영연맹을 수영인들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 선수ㆍ지도자ㆍ동호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이전까지의 체육은 엘리트만 우선 정책으로 인해 생활체육인들이 많이 소외됐었다. 대한수영연맹은 이 부분에서 많이 녹였다. 임원진도 그렇게 꾸렸고 균형감있게 연맹을 이끌 것이다. 취임 후 지금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생활체육인들을 배려했고, 유튜브로 엘리트와 아마추어 대회의 전 경기를 중계했는데 호응이 좋았다. 앞으로도 모든 경기를 중계할 방침이다. 차별없이 경기인 출신들이 수영인들을 위해 일하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연맹을 수영인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임기가 끝난 후 다른 회장님이 오셔도 사업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단단히 구축할 것이다.
대담=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ㆍ정리=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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