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면에 내세웠던 K방역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첫 발생 이후 1년 6개월이 흘렀음에도 불구, 연일 쏟아지는 최다 확진자 기록과 고무줄 방역 대책에 민심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천784명으로, 보름 연속 네 자리 수를 이어가고 있다. 연일 최다 기록을 경신하면서 일일 확진자 수 2천명선 붕괴도 초읽기에 들어섰다.
이처럼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면서 지난 12일부터 ‘짧고 굵게’ 끝내겠다는 정부의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조처가 동력을 잃고 있다. 특히 낮은 백신 접종률,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의 악재까지 겹치면서 각계각층에서 ‘정부의 방역 실패’라는 불만이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3차 대유행 전후로 찾아온 ‘방역 골든타임’을 경제 회생 등의 이유로 사실상 놓치면서 4차 대유행을 자초했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 거리두기 완화, 백신 접종 인센티브 등 방역 완화 메시지를 연이어 낸 것이 방아쇠가 됐다. 정부의 코로나19 고무줄 방역 대책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기약 없는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빚을 내거나 가게 직원 수를 줄이는 고육책으로 하루하루 연명하던 이들은 지난 1년 6개월간 67조원(지난 5월 기준)의 은행 대출을 떠안으며 벼랑 끝에 섰다. 이들은 결국 정부의 방역 대책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왔고, 이에 영향을 받은 실내체육시설 종사자 등이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백신 접종 예약 대란도 이 같은 상황에 피로감을 더하고 있다. 지난 12일과 14일 진행된 55~59세(352만명), 19일 53~54세(154만명)에 이어 20일 네 번째 백신 접종 예약이 예약 시스템 오류 및 마비 등의 이유로 파행을 빚으면서 ‘백신 예약이 로또 당첨보다 어렵다’라는 자조까지 나오고 있다.
또 방역 대책의 발목을 붙잡는 일부 시민들의 ‘고삐 풀린 방역의식’은 방역 최대 변수로 떠오르며 코로나19 확산세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방역 전문가들은 정부가 3차 대유행 이후 전문가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등 현 방역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7월 말까지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면 방역 대책을 더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방역 대책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점과 방역 완화 메시지를 낸 것이 확산세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이번 주 유행 상황과 감염 재생산지수, 이동량 등 다양한 지표를 살펴본 뒤 금주 말에 거리두기 조정 시점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준상ㆍ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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