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전통미의 진수 단청

21세기 전통의 미를 논한다면 자체가 진부한 담론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국제화를 외친다 해도 철저한 자신의 정체성이 기본이 안 된다면 새 시대 새로운 문화양상의 탄생은 가치 없는 일일 것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서구의 유행 사조만을 뒤쫓기 바빴던 우리의 지난 세기의 오류들을 깨닫고 이제는 그야말로 간과해 왔던 우리 역사, 미의식을 되찾아야 할 마땅한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미의 중심에는 불교미술이 있다. 불교미술은 표면적인 화려함뿐만 아니라 내재해 있는 종교적 깊이를 경험할 수 있으며 전통의 미가 고스란히 배어져 있는 바로 우리의 것이다.

4세기 후반 외국에서 들어온 불교는 우리 민족과 17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부드럽고도 세련된 불교 미술품들을 조성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들로 남아있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고유 정서와 어우러져 발전해온 장르가 단청이라 할 수 있다. 단청은 넓은 의미에서 회화, 조각, 건축 등에 행해지는 모든 채색을 의미하며, 좁은 의미에서는 목조건축물에 칠해지는 건축 채색을 의미한다.

단청은 주로 건물의 장식과 목재의 보호, 건물의 위계 등을 나타내는 목적으로 수행되며, 건물의 격과 용도에 따라 문양과 색의 밝고 어두운 정도를 달리한다.

단청은 음양과 오행설에 기조를 두고 청, 적, 황, 백, 흑색을 오채로 기본색에 음양에 맞추어 중간색을 만든다. 다섯 가지 색과 중간색을 음양에 따라 배색하면 단청의 색감이 된다. 단청의 색조는 역사적으로 민족적 생활감정과 기호에 많은 영향을 받아왔을 것이며 시대성을 반영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전통을 복원한다는 것은 지켜야 할 엄격한 자연의 법도를 지키는 일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지킬 것이 있어 이를 위한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고 면밀한 사전준비가 있어야 하므로 현대와 같은 빠름의 시대에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선인의 큰 가르침에 공자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이 있고 연암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이 있다. 온고를 제대로 모르면 할 수 없으며 법고의 이치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창신 할 수 없다. 단청의 연화와 석류의 단아하고 화려한 도안에서 오방색의 원색적인 조화를 보면 그간 잊고 살았던 우리가 보인다.

한경순 건국대 교수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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