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아픈 것도 서러운데 치료 기회까지 놓쳐야 하나

살아가면서 본인이나 가까운 이가 아프거나 죽는 상황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절박한 순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죽게 마련이지만 자신이나 주변의 현실인 경우, 게다가 예기치 않은 사고로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경우라면 상상만해도 괴로워진다. 교통사고나 각종 산업재해, 상해 등 다양한 외상으로 인해 생명을 잃거나 장해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아직도 많은데 특히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을수록 심하게 다칠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 권역외상센터에서 진료하면서 접하는 환자들 중에는 새벽까지 오토바이로 배달하다 사고를 당하거나, 안전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환경에서 작업을 하다 다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중증외상의 경우 여러 번의 수술과 중환자실 치료 과정에서 보험에서의 보장 범위를 넘어서거나 비급여에 해당하는 약물이나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 개인의 병원비 부담은 매우 높아질 수 있다. 입원해 있음으로 수입도 없어서 가정 경제는 더욱 부담이 된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아직 공공의 영역인 건강보험에서 많은 부분을 보장하고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 재난적의료비 지원이나 각 지자체의 긴급의료비 지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방안들도 존재한다. 중증외상환자의 경우도 권역외상센터에서 치료받게 되면 30일 동안은 본인 부담금이 5%로 경감된다.

‘의료’라는 분야는 개인이 병원과 치료 정도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존중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안전망을 유지해야 하는데 어디에 강조를 더 두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아진다. 최근 국내 첫 영리병원인 국제녹지병원의 허가취소 판결이 바뀌면서 논란이 되었고, 송도신도시의 국제병원 부지도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진료 행위에 대한 수가가 외국에 비해 낮은 것을 이유로 많은 의사들이 비보험 진료 분야로 진로를 정하거나, 미국식의 사보험 제도 및 영리병원을 원하는 경우가 있다. 수년 간의 학업과 힘든 수련 과정을 거치며 배운 것을 정말 필요한 이들에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의사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매우 큰 손해다. 하지만 이는 수가를 개선하고 의료인들의 행위에 대한 적절한 평가를 받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해서 개선해야할 문제지 의료의 공공성을 줄여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사경을 헤매는 환자 앞에서 이 약을 써도 되는지, 여기서 계속 치료해도 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상황은 의사에게도 괴롭다. 영리병원이 인정된다면 수익이 적은 외상 분야는 더욱 외면될 것이고, 결국 사고를 당한 환자가 경제적 이유로 응급실에서부터 외면당하고 다른 병원을 찾아 헤매다 치료받을 기회를 놓치는 상황이 우리의 일이 될 수도 있다.

이길재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