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목적에 맞는 최선의 방법인가 ‘CCTV 유감’

지난 8월31일,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환자의 안전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했다.

의료계는 의사가 사고 및 분쟁에 대비해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수술만 하게 되어 환자의 생존율과 회복률을 떨어뜨리고, 응급이나 중환자가 상급 병원으로 쏠리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증가하고, 외과 전문의의 지원 기피를 초래한다며 다른 대책을 요구했다. 세계에도 전례가 없다며, 극소수 무자격자의 대리 수술을 막으려다 오히려 갈등만 조장해 소송을 증가시키고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줄인다고 소탐대실을 우려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그동안 의료사고를 당해도 증거가 없어 패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무자격 의사의 시술 등을 방지하고, 영상이 분쟁을 해결하고 의사의 무죄를 입증해줄 증거 자료도 될 수 있다며 환영했다.

지난 2015년 일부 보육교사의 폭행이 문제가 되면서 교사의 사생활 보호보다 공공의 이익이 더 크다며 모든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했다. 물론 CCTV 설치만이 개인 권익이나 공익을 보호하는 만능의 방법은 아니다. LH 직원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를 잡는다고 책상마다 CCTV를 설치하다간, 기밀 노출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것이다.

목적마다 최적의 수단은 각기 다르다. 학교 앞에 CCTV가 있어도 부모는 여전히 건널목에서 깃발을 들고, 고위공직자 재산등록도 투기를 방지한다. 엄격한 윤리의식과 자율규제만 있더라도 수술실 입구 위 CCTV 설치로 비행을 막을 수 있었겠지만, 전문 영역도 여론으로 미는 입법에 의사들은 뒤늦은 회한으로 씁쓸했을 것이다.

어쨌든 개인 권익보다 공익이 더 크다는 논리라면, 의식 잃은 한 환자를 위한 수술실 CCTV 보다 수천만 주권의식이 담긴 투표함 감시 CCTV 설치가 더 시급하겠다.

그렇지만 작년 총선에선 전국 사전투표소에 그나마 있던 CCTV도 종이로 가렸다고 뒷말이 많던 걸 보면, 정부는 있어도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 경우를 없게 하고, 2년 유예기간 동안 미비점을 보완할 운영 규칙을 모색해야 한다.

아이에게 사랑을 전제로 한 꾸지람도 필요하듯 사회를 유지하는 법질서가 필요하지만, 통제하고 감시하는 법 제정만으로 모든 게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건 오만이다. 환자와 의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행해지는 고난도 수술에 있어서, 차라리 CCTV 감시보다는 의사의 의욕을 진작시켜 소명감으로 더 많은 생명을 살려내는 것이 본래 목적을 위한 더 나은 방법이지 않을까?

이흥우 해변문화사랑회 명예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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