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반복되는 보통의 일. 일상은 대부분 지루한 반복이었다. 소중히 여겨지지도 않았다. 때로는 일상 자체가 삶을 옥죄는 밧줄 같았다. 끊어버릴 순 없지만 틈만 나면 벗어나려 꾀를 쓰기도 했다. 별 탈 없는 일상 속에서도 호시탐탐 탈출의 기회를 엿봤다고 할까.
그러던 일상이 근자에 소중해졌다. 일상의 회복도 간절해졌다. 매일 출근을 힘들어하다 퇴직 후 문득 지난 아침들을 그리워하듯, 친구가 멀리 떠나고 나서야 치고받은 시간의 온도를 되새겨보듯, 그저 그렇고 그랬던 일상의 힘을 새삼 깨워준 것은 팬데믹이다. 팬데믹이라는 지구적 위기는 삶의 다른 힘들도 일깨웠다. 무심히 지내온 사람들의 안부까지 물으며 무릇 곁들이 애틋해진 것이다. 그뿐인가 긴 방역의 고독 속에서 새삼 자기를 발견하거나 눌러둔 자기 계발을 더하기도 했다.
그토록 기다려온 일상의 회복을 이달 들어 조금씩 시도하고 있다. 팬데믹 이전과 똑같을 수는 없을 거라는 예측이 많지만. 그나날이 같은 날이라고 하품을 했던 팬데믹 이전의 일상도 실은 매일 다른 날이었다. 나날의 차이를 별로 못 느낄 만큼 어슷비슷 반복이라 평범함의 귀중함을 지나친 것이다. 아무튼 모두가 간절히 바란 일상을 되찾고 있지만, 이 또한 오래되면 평상의 지루함에 빠질 것이다. 틈만 나면 일상 탈출이며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다시 몸을 뒤틀 것이다.
그럼에도 일상을 삼가 맞이하는 중이다. 먼 데서 오는 반가운 손님처럼. 회복도 단계적이라니 본래 삶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되찾는 초입이다. 돌파감염 같은 예측불허도 있어서 방역의 해방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터다. 그럼에도 이전의 일상을 조금씩 찾아가며 삶도 가꾸기 나름이라고 주변을 돌아본다. 우리에게 똑같이 주어진 것은 시간밖에 없으니 시간 잘 쓰기부터 다시 본다. 시간도 여럿이 내어야 더 즐거운 저녁의 표정들도 그려본다. 소소한 즐거움도 더 찾고 오늘의 것으로 만들어야 수수한 일상의 구석이 환해지니 말이다.
요즘 하늘에는 별이 없다고 쓸쓸해했던가. 한적한 공원 같은 데서 오래 올려다보면 별은 아직 거기 있다. 우주 어딘가에서 지구의 당신을 보고 있다고 반짝 눈을 맞추기도 한다. 가을이 지나가는 하늘을 보며 그리움을 부르듯 별을 불러보는 것도 마음 회복에 좋은 일이다. 지난날 함께 웃고 울던 사람을 잃은 입장이라면 성심껏 잘 보내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그렇듯 떠난 영혼을 배웅하며 다가오는 것들을 새뜻이 맞는 것도 사람다운 세상의 일이겠다.
입을 막고 사는 동안 깊어진 일상의 발견. 사람과 삶의 귀함을 다시 느끼며 아침의 자세를 가다듬는다. 평범한 나날이라고 시큰둥했던 일상을 손님처럼 맞이하다 보니 단풍 끝물이 한결 찬란하다. 조금씩 되찾는 일상의 소중함을 또 놓치지 않도록 나날이 마음을 새롭게 차려본다.
정수자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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