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다문화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다문화 인처너(INCHEONer)는 해마다 새로운 출발을 꿈꾸며 인천에 터를 잡는다. 이들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지닌 인천에서 필수 인력으로 자리한 경제의 한 축이다. 그러나 그들의 자녀는 학년이 올라 갈수록 학교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고 있다. 이에 본보는 7만3천여명에 달하는 다문화인구의 진정한 인천 정착을 위해 다문화 학생들의 이탈 방지 대책을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학년 올라갈수록 사라지는 다문화 학생
인천지역에서 올해 학교를 다니고 있는 다문화 학생 수는 1만50명이다. 이는 지난해 8천852명보다 13.5%가 증가했고, 5년 전(4천516명)과 비교하면 배로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를 다문화 학생의 진정한 증가로 보기 어렵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학교를 떠나 ‘학교 밖 청소년’이 된 다문화 학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교육통계에 따르면 현재 인천지역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다문화 학생들은 총 986명이다. 2018년 당시 중학교 다문화 학생 수가 1천204명인 것과 비교하면 3년 사이 21%가 학교를 떠났다. 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2015년 다문화 학생은 1천326명이다. 중학교에 가면서 122명이, 고교에 가면서 또 218명이 학교를 떠났다.
■학교가 무섭다는 다문화 학생들
중국 국적의 다문화 학생 A양(14)은 올해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조선족’이라고 놀림을 받는 학교생활을 견디기 힘들어서다. A양의 친구들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조선족의 모습을 빗대 A양을 비하했고, 결국 A양은 학교를 떠났다.
러시아 국적인 B군(17)에게 학교는 무서운 곳이라고 했다. 문화가 다른 B군은 친구들에게 단골 놀림거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 채 생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아침부터 인력시장에 나가 평택·시화·안산 산업단지에서 일용직을 전전하는 고된 생활이지만, B군은 몇 년만 고생해 가족과 함께 다시 돌아갈 날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다문화학생 이탈, 다문화가정 지역 정착 방해
다문화학생들의 학교 이탈은 다문화가정의 지역사회 정착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다. 특히 관문도시이자 제조업 중심의 산업 환경으로 다문화 근로자가 반드시 필요한 인천은 이 같은 문제가 더욱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한관희 이주청소년지원센터 센터장은 “학교를 어렵게 들어가더라도, ‘못 다니겠다’고 돌아오는 친구들이 많다”며 “자녀의 학업부적응은 다문화가정이 부딪히는 가장 복잡한 문제”라고 했다. 이어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학교 부적응에 부딪히면 가정 전체가 지역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낄 수 없다”고 했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서도 전체 응답 가족 중 90%가 자녀 양육과 관련(학비와 용돈, 학교적응)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 교육 중점인 단편적 교육 문화 개선해야
전문가는 다문화 학생들의 학업 중단이 심화하는 이유로 한국어 교육에만 맞춰진 단편적 정책을 지목한다.
정경희 인하대학교 다문화융합연구소 교수는 “한국어 교육 지원은 초기 정착에 필수적이지만, 이후에 자리잡는데에는 다양한 문화 다양성 이해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올해 다문화 학생 지원 예산 약 26억원 중 대부분은 한국어학급·통번역지원·다문화 정책학교 운영에 쓰고 있다. 전체학생들을 대상으로한 다문화 이해교육·상담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정책연구용역으로 그간의 다문화 정책을 돌아보려는 시도”라며 “전체학교들을 대상으로한 문화 다양성 이해 교육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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