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윤성찬 경기도한의사회장

“경기한의 80년… 디지털 시대 걸맞은 미래 의학 발돋움”

윤성찬 경기도한의사회장이 2022년 협회 창립 80주년을 앞두고 현안 및 비전을 밝히고 있다. 김시범기자
윤성찬 경기도한의사회장이 2022년 협회 창립 80주년을 앞두고 현안 및 비전을 밝히고 있다. 김시범기자

우리나라 의학계에 두 갈래 길이 있다. 예방에 강하다는 한의학과 치료에 강하다는 양의학이다. 언뜻 보면 전혀 다른 노선인 것 같고, 저마다 장ㆍ단점도 확실한 것처럼 여겨진다. 궁극적으로 한의학이건 양의학이건 도착지는 ‘건강’이기 때문에 무엇이 더 낫고 좋은지 가타부타할 필요는 없다. 판단은 개개인의 몫이다.

다만 한의학을 바라보는 그릇된 인식을 바꾸거나, 양의학과의 협진 등을 통한 공생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속 한의학의 현대적 탈바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오늘날 경기도 한의학은 어느 자리에 서 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 할까. 다가오는 새해, 창립 80주년을 맞이하는 경기도한의사회의 리더 윤성찬 회장(55)을 만나봤다.

Q. 코로나19 재유행 속 경기도 한의학계도 분주하다.

A. 전국민과 함께 모든 한의 의료기관, 한의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확산 문제뿐만 아니라 백신 접종 후유증 등으로 많은 도민이 크고 작은 불편을 겪는 상황에서 한의약계가 솔선수범 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한의사회는 코로나 유행 초기부터 공중보건 한의사들을 현장에 즉각 투입시켰다. 현재 경기도 내 역학조사관의 80% 비중을 차지하며, 선별진료 업무 등에서 활동하는 중이다. 또 경기도 긴급의료지원센터 모집에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최근에는 코로나19 한의진료접수센터 구축 및 운영을 위해 지역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한의약이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경기도한의사회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Q. 중국 등 해외에서 한의약을 코로나 치료에 활용하기도 하던데, 정작 우리나라에선 관심이 덜한 것 같다.

A. 비단 코로나에만 한정 짓지 않아도 한의약은 치료 효과가 매우 우수하다. 인체에 부작용이 거의 없는 치료 수단이라 가치가 크다. 한의약을 공부하고, 치료를 해본 사람들은 그 사실을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한의약의 가치가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것이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이다. 선진국 등 해외에서 더 각광을 받고 있는 한의약이 종주국인 대한민국에서는 홀대를 받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당장은 대기업처럼 엄청난 예산을 쓸 여력이 없는 현실이지 않나. 법과 제도의 불균형은 협회에서 정부와 정치권을 통해 해결해나가야 할 부분이나, 한의약의 우수한 치료 효과와 가치는 널리 알려야 한다. 우리 한의사들이 모두 ‘동학 개미’ 군단처럼 적극적으로 한의약의 우수성을 알리려 노력한다면 국민께서도 그 가치를 알아주시리라 믿는다.

Q. 협회가 한의학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공모전’이 올해로 4회차를 맞았는데.

A. 경기도한의사회에서 주관해 지난해까지 한의학 홍보 UCC 공모전을 진행했다. 올해부터는 이름을 ‘한의약 컨텐츠 공모전’으로 바꿨다. 4년 사이 UCC 외에도 카드뉴스, 애니메이션 등 뉴미디어 플랫폼 등이 다양화된 만큼 여러 콘텐츠를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과감하게 명칭을 바꾸게 됐다. 예년과 비교하자면 올해는 공고 기간을 더 늘리고, 공모 기간은 줄였다. 참가자들이 내실있게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도록 유도했는데 실제로도 퀄리티 높은 작품들이 여럿 들어왔다. 올해 출품작들은 경기도한의사회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직접 보시면서 어떤 작품들이 눈에 띄는지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

Q. 플랫폼 다양화를 언급했는데, 이는 곧 이용층ㆍ시청층의 다각화로도 연결된다. 한의학을 바라보는 세대 차가 있을 텐데.

A. 아무래도 젊은 분들은 TV나 라디오보다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뉴미디어에 익숙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기도한의사회는 지난해 말부터 새롭게 시작한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통해 경기도민들에게 한의약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하나를 소개하자면, 방송인 이홍렬 씨가 교통사고 후유증의 치료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이 있다. 젊은 층의 경우 질환으로 인한 만성통증보다는 외상이나 사고로 인한 급성통증이 많고, 교통사고로 인한 통증은 최근 한의의료기관의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해당 영상이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도 새로운 뉴미디어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젊은 층들이 한의약에 더욱 친숙해질 수 있도록 효과적인 홍보를 해나갈 계획이다.

Q. ‘난임 치료 사업’도 뺄 수 없다. 2017년 29대 회장 당선 때부터 3대를 연임하는 동안 주력하고 있는데.

A. 사회적으로 고령화 문제만큼 대두하는 게 저출생 문제다. 우리는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하며 경기도 난임부부 한의약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잉태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부부에게 가장 절실하면서도 가장 보람있는 최고의 복지 사업이다. 특히 몸에 좋은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은 첫째아의 임신 및 출산은 물론, 둘째아ㆍ셋째아 등의 잇따른 임신에도 크게 기여한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해 현재 8억원의 예산으로 시행되고 있다. 난임부부 중 여성과 함께 남성의 요인까지 부부가 같이 노력하는 내용이다. 앞으로는 예산을 더 증액해 더 많은 난임부부들이 한의약을 통해 임신과 출산이라는 기쁨과 행복을 누리셨으면 한다.

Q. 한의약 육성 조례 제정, 한의약 전담 부서 설치 등 이슈도 많다.

A. 현재 경기도는 물론이고, 수원시ㆍ용인시ㆍ안양시ㆍ부천시ㆍ성남시에 이어 최근 의정부시에서도 한의약 육성 조례가 제정됐다. 기초자치단체에서 한의약 육성 조례가 제정된 곳은 앞서 말씀드린 경기도 내 6개 시와 경남 창원특례시 밖에 없다. 이는 경기도한의사회와 각 지자체 한의사회에서 각별히 노력한 결과다. 2022년도 안에 경기도 31개 시ㆍ군 모두에 한의약 육성 조례가 제정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첫 시작이 어렵지, 이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 조례를 토대로 장차 지역사회에 생활밀착형 생애주기별 한의진료가 지원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그리고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서영석 의원의 대표발의로 ‘X선 발생장치 안전의무자’ 자격에 한의사를 포함하는 개정안이 올라갔다. 이러한 법 개정을 통해 영상진단기기의 한의사 사용 규제가 하루빨리 철폐돼, 한의사들이 국민을 위한 더 안전하고 정확한 진료가 가능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남인순 의원도 보건소장 임용 시 양의사를 우선하게 되어 있는 현행 법을 한의사와 양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조산사 등 의료인 중에서 우선토록 개선하자는 내용의 지역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아직 상당수 지자체에서는 양의사 지원자가 없어 보건소장 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번 법 개정 발의가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 생각한다. 이 개정안이 반드시 국회를 통과하길 바란다.

Q. 내년 임인년 새해에 경기도한의사회가 목표하는 바는.

A. 2022년은 경기도한의사회 창립 80주년이 되는 해다. ‘경기한의 80년, 역사에서 미래의학의 길을 찾다!’는 슬로건 아래 경기도한의사회는 내년 모든 행사를 창립 80주년 기념행사로 기획하고 있다. ▲창립 80주년 기념식 ▲80주년 기념 한의학 학술포럼 ▲80주년 기념 아르메디콘서트 ▲80주년 기념 의료봉사 등 지난 8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한의약을 사랑해주셨던 도민들께 봉사하며 미래를 위한 길을 모색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또 새해엔 대통령 선거와 전국 동시 지방선거도 예정됐다. 한의약의 발전과 국민 건강에 비전을 갖고 있는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정치적 참여도 적극적으로 하겠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처럼 우리도 한의약을 지지해준 국민들 덕에 현대 한의약으로 꾸준히 발전할 수 있었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혁명 시대에 걸맞은 미래 한의약으로의 발돋움을 위해 발로 뛰는 협회가 되겠다. 한의학이 대한민국 의학의 미래를 만들도록 더 큰 지지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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