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인재(人災)’로 인한 대형 화재와 함께 소방관이 희생되는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으로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거나 안전의식을 강조하고 있지만, 비슷한 유형의 사고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평택시 청북읍 고렴리의 팸스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대원 3명이 순직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6월17일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참변과 많은 점이 닮아 있다. 당시에도 소방 당국이 ‘초진’ 판정을 내린 뒤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대원 5명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지만, 대열의 선두에 섰던 고(故) 김동식 소방령은 유명(幽明)을 달리했다. 내부에 가득 쌓인 가연물이 무너지면서 불길이 크게 번졌기 때문이다.
이날 구조대원 3명의 희생 역시 대응 단계를 해제한 뒤 벌어졌다. 큰 불길을 잡았다고 판단해 진압대원이 아닌 구조대원까지 잔불 정리 겸 인명 수색을 위해 투입됐지만, 현장에 있던 가연물로 화재가 재확산되며 고립된 것이다. 현장 내부에는 LPG 가스통을 비롯한 용접 장비와 보온재가 다량 쌓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곳은 지난 2020년 12월 붕괴 사고가 벌어져 5명의 사상자를 낸 현장이다. 당시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부실시공과 안전조치 미흡에 따른 ‘인재’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이번 화재의 최초 신고는 전날 오후 11시46분께 이뤄졌다. 상당히 늦은 시간에 바닥 타설과 미장 작업이 진행됐다는 점에 의문 부호가 달린다.
이번 화재의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안전불감증에 따른 참사일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2020년 4월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 38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 같은해 8월 13명의 사상자를 낸 용인 SLC물류센터 화재, 지난해 6월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까지 모두 ‘인재’라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대형 화재 속에 소방관의 희생도 계속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1~2020년 위험직무로 숨진소방공무원은 4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9명(79.6%)이 화재 진압과 구조ㆍ구급 과정에서 순직했다. 또 해당 기간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소속으로 공상을 입은 소방관은 1천287명으로 나타났다. 2011년 67명에 불과했던 공상자 수는 2020년 236명으로 해마다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건설 현장의 경우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게 아니라 출입하는 인원들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면 근무자의 소재부터 파악해야 한다”며 “만일 모두 정상적으로 대피한 것이 확인되면 구조대원들이 급하게 들어갈 이유가 없고, 화재 진압에만 집중하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건설 현장처럼 붕괴 또는 재발화 위험이 큰 곳에선 구조대원을 투입하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선진국에서는 화재 현장에 드론이나 로봇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도 구조대원을 투입하기 전에 현장 내부를 확인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장희준ㆍ안노연ㆍ박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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