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황철규 국제검사협회 회장

177개국 가입 세계 유일 검찰 국제기구...UN 주도 ‘초국가적 범죄’ 효율적 대처
亞 최초 회장 선임 무거운 책임감·자부심...첨단 국제형사공조시스템·교육 강화 등
‘국제 기획통’ 실력 발휘 업무 내실 다져...올 9월 론칭 목표 ‘국제검사공조플랫폼’ 구축
한국법무연수원과 연내 교육훈련 MOU...반부패·마약·테러 등 수사공조·지원 강화

황철규 국제검사협회 회장이 전 세계 유일의 검사 간 국제기구인 국제검사협회의 설명과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고 있다. 조주현기자
황철규 국제검사협회 회장이 전 세계 유일의 검사 간 국제기구인 국제검사협회의 설명과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고 있다. 조주현기자

어느 한 분야에서 해당 국가의 최고라고 인정되는 이들을 국가대표(國家代表)라 일컫는다. 스포츠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많은 이들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빠르게 바꿔나가고 있다.

전 세계 177개국 검찰이 가입한 세계 유일의 검사 간 국제기구 ‘국제검사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Prosecutors, IAP)’의 수장 황철규 회장도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법무부 국제형사과장과 대검 미래기획단장·국제협력단장, 서울서부지검장, 부산고검장 등을 역임하며 검찰 내 국제기획통으로 정평이 난 황 회장은 전 세계를 누비며 초국가적 범죄에 맞서고 있다. 본보는 황철규 회장을 만나 국제검사협회의 활동과 그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Q. 경기도민들에게 국제검사협회(IAP)를 소개한다면.

A. IAP는 177개국 검찰과 35만명의 검사들로 구성된 전 세계 유일의 검사 간 국제기구로, 유엔(UN)의 주도로 각국 검찰 간 협력을 통해 초국가적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1995년 출범했다. 본부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다. ‘검찰의 인터폴’을 지향하고 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요즘 국제화 추세가 심화됨에 따라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형사사건들도 범죄인, 증거 및 범죄수익 등이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아 국제형사공조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민분들이 IAP 국제공조시스템을 미리 알고 있다면 경우에 따라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Q. 2019년 9월 아시아 지역 검사로는 최초로 국제검사협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그간 거둔 성과가 있다면 무엇인지.

A. 전 세계 어느 나라 검사를 만나든 반갑게 대해주고 IAP와 함께 할 일들에 관심을 보여주어 기뻤고 자부심도 느꼈다. 특히 아시아 최초로 IAP 회장을 함으로써 IAP가 그간 유럽, 북미 등 서방국가 중심에서 다양성을 강화해 전 세계를 아우르는 국제검찰기구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아울러 한국인 회장이라는 자체가 해외에 나갔을 때 자연스럽게 우리나라를 홍보하는 효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는 2019년 9월 IAP 취임 이후 역점추진분야(Focus Area)로 ▲첨단 국제형사공조시스템 구축 ▲전 세계 검사 교육훈련 강화 ▲검사 업무수행에 있어 회복적 정의 구현 ▲유엔 회원국 수준으로 회원국 확대 등을 설정해 지난 2년 이상 추진해왔다. 작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역점추진분야 중에 ‘회원국 확대’ 부분은 아쉽게도 직접 접촉이 어려워 현상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외의 분야는 오히려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크고 작은 국제회의나 행사가 대폭 줄어든 대신에 IAP 집행위원회 및 사무국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내실 있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었고, 현재 순차적으로 국제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 흐뭇하게 생각한다.

첨단 국제형사공조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늦어도 올해 9월까지 론칭을 목표로 추진 중인 ‘국제검사공조플랫폼(Prosecutor’s International Cooperation Platform, PICP)’은 전 세계 검사들 간 신뢰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실시간 필요한 정보 등의 교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플랫폼으로서, 현재 외주 개발 중에 있다.

이와 함께 전 세계 검사교육훈련 강화와 관련, IAP 회장 취임 후 첫 사업으로 작년부터 ‘글로벌 트레이닝 아카데미(Global Training Academy, GTA)’ 프로젝트를 시행해 주요 분야별로 교육내용을 체계화하고, 주요국 검찰교육기관 및 유관 국제기구들과 협업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전 세계 검사들을 상대로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특히 검사의 권한과 책임에 대한 교육, 그리고 인권 보호 관련 교육은 모든 과정의 필수 과목으로 설정하고 있다.

또 제가 회장이 된 것을 계기로 현재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 ‘IAP 트레이닝센터’를 건설 중에 있으며 올해 10월께 완공 예정이다.

IAP와 한국의 법무연수원이 연내에 외국검사에 대한 교육훈련과 관련한 MOU를 체결하면, 20년 이상 축적된 법무연수원의 외국검사 교육훈련에 대한 노하우와, IAP가 27년간 구축한 전 세계 검사들 간의 네트워크 및 선진적 콘텐츠가 현재 운영 중인 ‘글로벌 트레이닝 아카데미 프로젝트’와 결합돼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전 세계 유일의 검사 간 국제기구로서,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같은 상황에서 법과 양심에 따라 일한 검사들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고, 그 외에도 검사들이 생명,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위해를 받은 사례가 발생한 일부 국가들에 대해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Q. 코로나19 장기화로 전 세계 검찰 간 협력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국제검사협회에선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A. IAP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매년 9월께 개최되는 IAP 최대 규모의 행사인 연례총회가 2020년과 2021년 연속 개최되지 못했다. 통상 100여개국 500명 이상의 검사들이 모여 현안을 논의하고 우정을 다지는 중요한 기회인 연례총회의 부재로 전 세계 검사들의 아쉬움이 무척 컸다. 실제로 검사들이 직접 만나서 우정과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국제형사공조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지름길인데, 아직 그것을 코로나19 사태 이전만큼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IAP의 의결집행기구인 집행위원회, 전체회의 등의 필수적인 회의나 통상업무를 수행하는 사무국의 업무집행은 온라인 또는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정상적으로 진행함으로써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도록 했다. 특히 앞서 말씀드린 대로 국제회의 개최나 참여가 줄어든 대신에 IAP의 발전적인 미래를 설계하면서 전 세계 검사 간 국제공조, 검사 교육훈련 등 주요 운영시스템들을 개선하는 데 큰 진척이 있었다.

 

Q.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제 범죄 추세가 어떻게 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검사협회의 노력이 있다면.

A. 반부패, 마약, 테러, 인신매매 등 전통적인 초국가 범죄에 더해 사이버범죄 등 각종 신종·첨단 초국가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화가 확산되고 첨단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계속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유일의 검사 간 국제기구로서 지난 27년간 축적한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각국 검찰 간 협력이 필요한 경우에 공식, 비공식적으로 직접적인 공조가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보다 신속하고 원활한 직접 접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현재 구축 중에 있는 IAP 실시간 국제 검사공조 플랫폼이다.

아울러 12개 전문분야별 검사 간 네트워크를 운영해 전문성을 높이고 필요한 정보교환이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사이버범죄 대응 네트워크(Global Prosecutor‘s E-crime Network, GPEN)’가 가장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이 외에도 반부패, 테러, 인신매매 등에 대한 네트워크를 꾸준히 운영 중이며 최근 환경범죄와 소비자보호범죄 대응 네트워크도 활기를 띠고 있다. 또한, 유관 국제기구들과 함께 수사공조 지원 전문 강화 등 다양한 협력을 통해 초국가 범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검사들의 전문화를 높이는 과정에서 IAP의 글로벌 검사 교육훈련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

 

Q. 끝으로 경기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인구 1천400만 경기도는 제가 경험한 유럽의 강소국 등 전 세계 국가들을 볼 때 하나의 국가 규모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다. 특히 경기도는 우리나라 국제화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고, 그런 만큼 대내외적으로 사회 안전 인프라가 잘 정비돼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한 측면에서 해외와 관련된 범죄에 대응하는 검찰의 해외공조 기능도 잘 갖춰져 있어야 하고, 도민분들이 필요할 때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 인터뷰를 통해 IAP의 존재와 역할, 기능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용인시에 있는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 ‘IAP 트레이닝 센터’가 올해 10월 완공 예정으로, 향후 전 세계 검사들에 대한 교육훈련의 아태지역 허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며 도민분들의 많은 성원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양휘모·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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