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K방산과 중동시장

한국이 최근 5년간(2016~2020년) 전 세계에서 무기 수출을 아홉 번째로 많이 한 국가에 오르면서 K방산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비록 1위인 미국 37%, 러시아 20%, 프랑스 8.2%에 훨씬 못 미치는 2.7%의 무기수출점유율이지만 영국(3.3%)과 이스라엘(3.2%)에 뒤이어 당당히 9위에 오른 것이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무기 중 55%가 아시아〈E080〉오세아니아에 수출됐고 유럽에 23%, 중동에 14%가 수출됐다. 이러한 전 세계점유율은 지난 2011~2015년 대비 210% 급증한 수치다. K방산의 무서운 성장세를 눈여겨 봄직하다.

이러한 무기수출점유율의 매서운 상승세의 주요 요인으로 우수한 성능을 갖춘 국내 무기 개발과 가성비 그리고 사후관리 등을 꼽을 수 있다. 전 세계 600문을 수출한 K9 자주포(터키, 인도,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와 T-50 고등훈련기(인도네시아, 필리핀, 이라크 등),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중동) 등이 대표적인 국내 개발무기다. 뛰어난 성능에 가격경쟁력까지 갖췄고, 구입비용보다 유지〈E080〉보수 비용이 만만치 않은 무기체계에서 체계적이고 성의 있는 관리시스템 제공으로 K방산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중동은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늘 갈등과 위기가 상존하는 지역이다. 중동 1~4차 전쟁, 레바논전쟁, 이란〈E080〉이라크전쟁, 걸프전쟁, 시리아내전, 최근의 예멘내전까지 중동은 언제나 전쟁과 테러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돼왔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국영 방산업체 SAMI(Saudi Arabic Military Industries)가 한화그룹과 합작투자회사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우디는 해당 합작 기업을 통해 한화디펜스 비호-II 방공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최근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예멘 후티반군과의 교전상황 등 사우디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급변하고, 젊고 패기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정책으로 사우디 왕실 정책도 변화하면서 한국과 사우디 방산 협력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여기에 한화디펜스가 이집트와 국산 자주포 K9 수출계약을 성사시킴으로써 이집트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K9 자주포를 운용하는 나라가 됐다. 전체 계약금액이 한화로 2조원 이상에 이르는 대규모 수출이라고 알려져 있다. 물론 우리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상당 액수를 빌려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체결된 성과내기식의 무리한 계약이었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0년의 지속적인 노력 끝에 얻어낸 값진 성과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 1월 UAE와 체결된 국산 중거리 요격 체계 천궁II의 수출계약과 금번 사우디와 이집트와의 국산무기 수출합의를 통해 한국형 방산시스템의 대(對)중동 진출은 향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K-Culture의 세계적 인기와 더불어 K방산의 위용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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