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할 때 뜻한 바를 이뤄내면 스스로의 성취감에 뿌듯하고 남들의 인정에 기분도 좋아진다. 그런데 일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쉼 없이 다그치며 조급해 하고 불안해 하기도 한다. 아마도 성과도 없고 방향도 잃어서일 것이다.
<논어>는 말한다. “빨리 이루려 하지 말고 조그만 이익을 탐하지 말아야 한다. 빨리 이루려 하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조그만 이익을 탐하면 큰 일이 완성되지 않는다.”
자하가 노나라 지방 도읍 행정을 책임지는 지위에 오른 후 정치의 요법을 물어오자, 공자는 명분을 바로잡고 솔선수범하며 경제와 교육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 등 중요한 것이 많음에도, 원대한 포부를 지니지 못한 제자의 단점을 직시했다. 또 빨리 이루려 하거나 작은 이익에 연연해 하면 성과도 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책의 방향도 상실하게 됨을 경계했다.
성과에 주목해 성급히 무리하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가 흉기로 돌변하듯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을 도모할 때 남들에게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일을 조급하게 추진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가시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긴 안목을 가지고 본질에 힘쓸 필요가 있다.
물론 원대한 목표를 유념하고 있더라도,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 이상만을 바라보며 빨리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욕심 부리다 보니, 현실을 소홀히해 일을 그르치는 것이다. 현실 상황과 한계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할 수 있는 범위와 해야 할 목표를 엄밀하게 구분해 현실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목표에 근접할 수 있다.
<맹자>를 보면, ‘알묘조장’ 고사가 나온다. 송나라 어떤 사람이 모내기를 한 후 벼 이삭이 늦게 자라자, 조급한 나머지 논 속의 흙을 돋운 뒤 모를 뽑아 그 위에 다시 심었다. 집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벼 이삭이 빨리 자라도록 돕느라 힘든 하루 보냈다고 큰소리쳤다. 아들이 급히 논으로 달려가 보니 벼 이삭이 이미 말라 죽어 있었다. 맹자는 벼가 자라는데 도움 될 것이 없다고 버려두는 자는 돌보지도 않는 자이고, 억지로 조장하는 자는 벼 이삭을 뽑아 다시 심는 자이므로, 모두 일을 그르치는 어리석은 자라고 비판한다. 그리고는 어떤 일을 도모할 때, 성과를 미리 기약하지 말고, 마음에서도 잊지 말며, 억지로 조장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경계한다.
빨리 이루려 욕심내면 오히려 성과를 내지 못하고 목표를 이루지 못할 수 있다. 일의 방향성을 늘 유념하되, 인내심을 갖고 본질에 힘쓰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중요한 직책을 맡으면, 성과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 앞서 조급해질 수 있다. 그럴수록 조급해 하지 않는 것이 더디지만 위대한 성과를 이뤄내는 지름길임을 <논어>는 말하고 있다.
고재석 성균관대 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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