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이가 중요한 시험을 치르러 가는 길, 신호등에 계속 걸려 시험에 늦을 것 같다. 신호를 위반해서라도 제 시간에 가는 것과 늦더라도 시간을 지키는 것 중에 무엇이 중요하다고 가르칠 것인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킹메이커’라는 영화가 올해 초에 개봉되었다. 주로 1960~70년대를 배경으로 큰 뜻을 품은 젊은 정치인의 성장과, 열악한 여건에서 그의 승리를 이끌어온 음지의 인물이 중심이 되어 정치와 선거와 관련된 여러 극적인 장면들이 연출된다.
내가 원하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권력을 가져야 하는데, 정의로운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는 불공정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통령 선거라는 민감한 시기와 겹쳐 큰 흥행은 이끌지 못했지만, 배우들의 연기 자체만으로도 몰입되어 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영화다.
영화에서는 여러 선거에서 기발하면서도 아슬아슬한 방법들로 극적인 역전들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에 불편한 마음이 함께 남으며 정치란 무엇인지,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우리는 본인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거짓된 정보와 그럴듯한 현혹에 쉽게 속곤 한다. 특히 몸이 아프거나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힘든 경우 더욱 그렇다. 일부는 이를 악용해서 물건을 팔고, 종교를 믿게 하고, 아픈 이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의료를 종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총체적으로 모아놓은 것이 정치일 것이다. 직업과 연령, 지역과 성별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을 모으기도 하고, 편을 갈라 서로 다투게 하면서 권력을 잡기 위해 겉으론 웃지만 뒤에서는 지저분한 혈투를 벌인다.
영화는 부정한 상대편을 이기기 위해서 나도 그들과 비슷한 방법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고뇌와 모순이 잘 표현되어있다. 대중들은 편을 나눠 서로를 비난하고,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도 정치 얘기는 꺼내지 말아야 하는 주제가 되었다. 일부의 사람들은 정치 자체에 환멸을 느끼고 투표를 하지 않음으로써 본인의 의지를 표현하기도 한다.
지금과는 많이 다른 1960년대의 배경이지만,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행태는 2022년이 되어도 변함이 없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고, 가장 많은 이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물을 고르는 것이 쉽진 않지만, 내가 가진 한 표에 의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마음으로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힘없는 개인들의 한 표들이 모여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정하는 소중한 기회이니 우리 모두가 킹메이커가 되어야 할 때이다.
이길재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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