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요인은] 부동산 정책에 분노한 국민들… ‘정권 교체’ 원했다

검사 출신·정권심판 적임자 앞세워 유권자에 든든한 이미지 각인
‘여가부 폐지 선언’ 20대 남성 폭발적인 반응… 지지율 반등 기회로
현 정부 반감 청년층 공략 ‘세대포위론’·안철수 단일화도 큰 효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을 찾아 당지도부와 환호하고 있다.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대통령 당선증을 전달받고 있다.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을 찾아 당지도부와 환호하고 있다.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대통령 당선증을 전달받고 있다.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 실패 등에 따른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과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로 주목받은 청년층 표심 공략 성공, 극적으로 성사된 야권 단일화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이 선택한 ‘검사’ 윤석열…정권심판론 앞세워 지지층 결집

윤 후보의 높은 지지율은 검사 출신인 윤 후보가 정권심판의 적임자라는 국민의 기대에서 출발한다. 윤 후보의 슬로건인 ‘국민이 키운 윤석열’처럼 윤 후보를 대권 주자로 만든 것 역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이다.

이를 의식한 듯 윤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심판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와 ‘잘못된 정권을 심판하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정권심판론을 강조했다. 또한 자신이 평생 법을 집행해왔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을 교체할 적임자라고 힘줘 말한 것도 유권자들에게 든든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윤 후보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집권 시 전(前) 정부에 대한 적폐 청산 수사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대선 승리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검사 출신인 윤 후보가 이를 제대로 심판할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다.

윤 후보 역시 지난 1일 방송 연설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전 정부보다 무려 500조원을 더 썼지만, 양질의 진짜 일자리는 오히려 줄었다. 국민의 어려움은 무시한 채 세금은 늘리는 데만 몰두한 정부는 반드시 심판받아야 한다”며 “부정부패한 사회는 성장할 수 없다. 이에 부정부패는 정치보복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민생의 문제”라고 말하면서 지지층을 결집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 지지율 반등 신호탄 됐다

윤 후보가 지난 1월 자신의 SNS에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는 이번 대선을 흔든 변곡점이 됐다. 앞서 윤 후보가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겪으면서 불거진 당내 분란으로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이뤄낸 ‘신의 한 수’이기도 하다. 실제 이 공약을 바탕으로 윤 후보는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대선 캐스팅 보트로 꼽히는 청년층 중에서 20대 남성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것이다. 그동안 20대 남성들은 여가부의 여성 편향적인 정책 등에 역차별을 주장해왔다. 여성 할당제와 여경 채용 확대 등 여성에게만 유리한 정책을 추진하고 남성은 배제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등장한 여가부 폐지 공략은 20대 남성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확인한 윤 후보 역시 대선 기간 20대 남성 표심 잡기에 집중했다. 여가부 폐지에 이어 ‘병사 봉급 200만원’과 같은 20대 남성 맞춤 공약을 내놓은 그는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경기를 관람하는 등 20대 남성과의 소통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지지율 상승을 끌어냈다.

여가부 폐지 공약은 20대 남성의 마음을 윤 후보 쪽으로 돌린 효과 외에도 민주당 지지층을 분열시키는 역할도 했다. 여가부가 김대중 정부의 유산인 만큼 민주당은 여가부 폐지론에 쉽게 입장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실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남녀갈등을 부추기는 공약’이라는 비판한 것이 전부였다.

 

■2030세대·6070세대 > 4050세대…‘세대포위론’ 전략 통했다

윤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전통적인 지지층인 6070세대와 함께 2030세대를 더한 ‘세대포위론’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준석 대표의 핵심 전략인 세대포위론은 민주당 지지층인 4050세대를 2030세대와 6070세대를 통해 양쪽에서 포위, 수적 우위를 차지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20대는 진보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었다. 진보 정당에게 20대는 ‘집토끼’인 것이고, 보수 정당에겐 ‘굳이 공들일 필요가 없는 세대’로 여겨진 것이다. 하지만 20대는 문재인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과 계속해서 대립각을 세웠다. 대표적인 것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일부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른바 ‘인국공 사태’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등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취업난은 계속되고 있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은 급등하면서 청년들은 절망했다.

윤 후보는 현 정부에 반감을 지닌 청년들에게 적극적으로 손짓했다. 실제 선거운동 유세차에 정치인이 아닌 청년들을 올렸고, 그 청년들은 정부의 ‘내로남불’을 가감 없이 토해냈다.

 

■대선 앞두고 손잡은 윤석열·안철수…단일화 효과 ‘톡톡’

20대 대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3일 윤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선언한 것도 윤 후보 당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두 후보는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선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대선 이후 즉각 합당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안 후보는 지난달 13일 윤 후보에게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윤 후보와 안 후보가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야권 후보 단일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두 후보가 극적으로 단일화를 성사시키면서 대선판 역시 크게 요동쳤다. 특히 이번 단일화는 윤 후보가 자신을 능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윤 후보를 따라다니는 ‘정치 초보’ 딱지를 뗀 동시에 단일화 결렬 분위기를 단숨에 뒤집으면서 ‘윤석열 대세론’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를 하면서 일부 안 후보 지지자들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안 후보 지지자들 역시 기본적으로 정권교체를 바라는 마음이 컸던 만큼, 안 후보의 뜻에 따라 윤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도 이번 단일화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에게 안도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안 후보 역시 공식 선거 운동 기간 윤 후보와의 합동 유세에서 정권교체의 필요성과 함께 단일화 시너지 효과를 거듭 강조했다. 안 후보는 공식 선거 운동 마지막 날인 지난 8일 부산 유세에서 “정권교체 이뤄내겠다. 윤 후보에 대한 투표를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임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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