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어느 맑은 날, 인천시 남동구 남동유수지 인근에서 환경단체들의 주최로 ‘저어새 환영잔치’가 열렸다. 천연기념물이자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가 도심 한 복판, 그것도 좁고 누추하나마 공단지역 유수지에 매년 찾아와 머문다는 것이 어찌 고맙고 반갑지 않을 것인가!
저어새 환영잔치를 빌어 수도권매립지를 떠올렸다. 오는 2025년 사용 종료를 앞두고 그 실현여부도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수도권매립지에서 눈여겨 볼 또 하나의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제4매립 예정지 내 조성된 안암호가 갖는 생태적 가치가 그것이다. 넓은 수면과 초지를 갖고 있는 안암호는 주변과 더불어 야생동물들의 중요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그럴 것이 일산호수공원 면적의 5배인 안암호는 134만㎡ 넓이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자연환경이 비교적 잘 보전된 지역이다.
안암호는 지난 2009년 담수면적 154만㎡, 담수용량 735만㎥ 규모로 수도권매립지 주변 홍수조절을 목적으로 조성됐다. 이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게 되면서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두루미 등이 찾아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도권매립지가 야생생물의 보고이자 마지막 남은 대규모 서식처가 되는 셈이다.
특히 4매립지 배후습지의 경우, 인천연구원이 지난 2017년 발표한 ‘수도권매립지 야생조류 출현현황과 관리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 흰꼬리수리, 매, 두루미, 저어새, 황새, 노랑부리백로 등 6종이 조사됐다. 멸종위기종 2급으로는 큰고니, 큰기러기, 검은머리물떼새, 노랑부리저어새, 새홀리기, 갯빛개구리매, 새매, 큰말똥가리, 수리부엉이 등 9종이 조사됐다.
아울러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종으로 칡부엉이, 원앙, 황조롱이, 개구리매 등 4종도 조사됐다. 보호종 이외에도 안암호의 수면과 배후의 넓은 초지에는 다양한 오리류, 기러기류, 도요새류, 딱따구리류 등 많은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은 그간 인구증가와 도시화의 영향으로 야생조류의 서식지가 꾸준히 감소하는 만큼 생태계 파괴와 생물다양성 훼손이 불가피했다. 따라서 이참에 안암호의 보존과 활용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과 논의가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개발로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생태계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4매립지를 보호지역으로 지정, 활용하려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제4매립 예정지를 ‘환경·습지생태공원보호공원’으로 관리하는 것이 그 하나일 것이다. 바다와 갯벌, 내륙 습지를 연계한 생태적 순환고리의 형성 및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토대가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에서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종료하고 인근 지역주민의 환경권 회복, 인천의 생태적 공공재를 획기적으로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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