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아무개는 노동자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도저히 일을 계속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다달이 나가야 하는 고정비와 생활비를 생각하면 팔자 좋게 쉴 수가 없다. 그래서 또 ‘아파도 참고’ 출근을 한다.
이러한 상황은 많은 노동자가 한 번쯤 맞닥뜨려봤을 것이다. 그러나 오는 7월부터 부천시를 포함한 전국 6개 도시에서 아파도 소득 걱정 덜하면서 쉴 수 있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시행된다. 상병수당은 업무 외 질병 혹은 부상으로 회사에 다니기 어려운 노동자들의 소득을 국가가 일부 보전해주는 유급병가제도다.
상병수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와 미국에만 없는 제도다. 미국의 경우에도 일부 주에서는 유급병가제도를 실행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우리나라 국민을 제외한 대부분의 OECD 국가의 국민은 아플 때 쉬는 권리를 누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응한 유럽 복지국가들의 공통된 정책 중 하나가 상병수당이라는 점 또한, 상병수당이 사회 안전망으로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상병수당 제도가 없을 경우 몸이 아픈 노동자는 보호받지 못하고, 쉽게 실업과 빈곤이라는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픈 노동자는 급격한 소득 감소로 치료를 받거나 쉬지 못하고, 전보다 더 불안정한 노동을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일터에서 사고가 발생하거나 건강이 더 악화되어 근로 능력을 완전히 잃는 경우도 있었다.
아파도 참는 것이 아니라 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21대 국회의원이 되고 제1호 법안으로 ‘아프면 쉴 수 있는 법’을 발의했다. 지난 2020년 6월에 발의한 법안이 2년 가까운 시간이 다 돼서야 시범사업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게 된 것이다.
한 발자국을 나아가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상임위 전체회의와 국정감사에서 상병수당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했고 국회 대정부질문, 방송 출연, 토론회 주최, 예산 심사 등 의정활동을 하며 ‘아프면 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두 발로 뛰었다.
그 결과물이 7월부터 시작된다. 시범사업을 거치고 본사업까지 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시범사업의 과정과 결과에 따라 한국형 상병수당이 제대로 설계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아프면 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조금 늦었지만, 제대로 만들어 국민에게 드릴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고별 연설에서 “정부의 존재 이유인 국민 보호와 공공복지에 있어서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그 정부는 다른 모든 것도 잃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존재 이유가 잘 지켜질 수 있도록 국회에서 역할을 다하겠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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