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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757일간의 기다림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데스크칼럼] 757일간의 기다림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는 핵심 방역 수단이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 18일 종료됐다. 종교시설과 일부 사업장에 보름간 ‘운영제한’을 권고하는 첫 행정명령이 내려진 지난 2020년 3월22일을 시작 시점으로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것은 757일, 약 2년 1개월 만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끝난 당일 저녁, 시내 곳곳에서 ‘활기차다’라는 표현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는 느낌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영업 시간 제한에 눈치보던 식당 사장님, 시간에 쫓겨 물 마시듯 술 마시는 손님의 모습 대신 오랜만에 해방감을 느끼는 필부필녀(匹夫匹婦)의 행복 가득한 웃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다시 찾은 일상이 생소하기도, 낯설기도 하지만 온전하게 견뎌온 이들의 작은 보상 같은 느낌이랄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5일 오미크론 이후의 대응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와 함께’라는 말로 ‘포스트 오미크론’ 시대를 규정지었다. 정 청장은 “이번 체계 전환은 단순한 감염병 등급 조정이나 방역 완화가 아니라 코로나19와 함께 안전하게 일상을 재개하고 일상적인 진료체계를 갖추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며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확진자를 ‘0’으로 만드는 감염병 종식이 아니라 계절독감과 같은 풍토병으로 받아들이면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의 ‘동거’를 선언한 것이다.

‘엔데믹(풍토병)’ 체제로의 전환.

정부는 이참에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실외 마스크 탈의 등 모든 조치를 풀어 버리겠다는 입장이다. 2년이 넘게 집 나갈 때 꼭 챙기는 휴대전화처럼 일상이 돼 버린 마스크와의 작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빠, 선생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요. 눈 밑의 모습이 어떤 지 그냥 상상해봐요”라는 아이의 말도 하나의 추억으로 저장될 것이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코로나19와의 악연도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꼰대라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활력을 선사하던 회식 문화가 서서히 부활하고 있다. 조직원으로서 동질감을 부여하고, (간혹 아닐 때도 있지만)선·후배간 소통의 시간을 제공하는 회식은 직장인들에겐 상징과도 같았다. 모든 세대가 그 문화를 선호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흘러 강산이 변한 만큼 음주 문화는 개취에 맞게 변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전환된 회식은 하루간, 일주일간, 한달간 받은 프레스를 감압하는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뭉쳤을 때 더 강한 대한민국이 다시 시동을 거는 셈이다.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라는 말이 뼈 저리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시장이 반찬. 기다린 후에 맛보는 음식이 최고인 것처럼 지루했던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이겨낸 사람들에게 해방감은 보상인 셈이다. 대출에 허덕이며 피눈물을 흘리면서 자리를 지킨 자영업자들에게 찬사를 보내며 이제 돈쭐 맞을 일만 남았으니 행복한 시간을 즐기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렇게 코로나19는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김규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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