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파친코’의 제작 배경과 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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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민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문화평론가

드라마 ‘파친코’를 보며 오랜만에 눈물을 흘렸다. 우리가 잊고 싶었던, 아니 애써 잊으려 했던 민족의 정서와 아픔을 고스란히 소환해서다.

파친코는 2022년 3월25일부터 방영하고 있는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이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동명 소설 ‘파친코’를 원작으로 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의 삶과 그 속에서의 일본과 미국 이민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고국을 떠나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한인 이민 가족 4대의 삶과 꿈을 그려냈다. 이는 한국 근현대 뒤편의 숨겨진 역사이자 유산이기도 하고, 극중 주인공 선자의 4대에 걸쳐 가족을 위해 희생해 온 여성이자 엄마로서의 서사이기도 하다.

‘파친코’는 무려 1천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이다.거대기업이 벌인 도박 같은 대하사극. 심지어 일본 시장을 포기하면서까지, 식민지 조선의 역사를 정통으로 돌파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에 애플이 1천억 원을 베팅한 것이다. 애플이 ‘파친코’를 영상물로 제작하기 위해 판권 계약을 하고, 영상으로 제작해 글로벌 OTT 애플+를 통해 서비스한 건 우연이 아니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커졌고, 다음 해 ‘미나리’ 역시 윤여정에게 여우조연상을 수여하며 한국이 콘텐츠적으로 대단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게 그 배경이리라. 그간 넷플릭스를 통해 ‘킹덤’과 ‘오징어 게임’ 등 한국 드라마가 연달아 성공을 거둔 것도 애플의 결정에 기여했을 것이다.

애플이 한국계 미국인이 만든 작품에 1천억원을 투자한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이 제작비가 온전히 완성도에 투입됐다는 점이다.

원작의 완성도로 시작해 주연,조연,단역까지 완벽한 캐스팅, 시대와 공간을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재현하고 또 그 속의 스토리를 때론 비정하고 비참하게 때론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담아낸 장면 하나하나의 완성도 말이다.

‘파친코’의 주인공 선자역의 윤여정은 한 TV 프로에서 연기가 너무 힘들 때마다 되뇌이는 대사가 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누구도 누굴 함부로 할 순 없어. 그럴 권리는 아무도 없는 거란다. 그건 죄야.” 드라마 ‘모래성’(1988, 김수현 작가)에 나왔던 명대사다. 그렇다. ‘파친코’의 선자는 일본에 대해, 차별과 권력과 탐욕에 대해 “누구도 누굴 함부로 할 순 없다!”고 당당히 외치고 있다. 그 울림이 우리 가슴을 파고들고 있다.

윤세민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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