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심리치료… 수용자 건전한 사회복귀 최선"
“국민들이 바라보는 교도관의 인식이 보다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1월 취임한 서호영 제26대 수원구치소장(58·여)은 지난 1989년 교정 간부로 임관해 법무연수원 교수, 법무부 심리치료과장, 대전교도소장 등 법무부 주요 보직을 거치며 전문성과 리더십을 두루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서 소장은 교정 기관이 관리하는 수용자를 비롯해 직원들의 소통과 화합을 중시하며 조직 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서호영 소장은 본보와의 진행된 인터뷰에서 조직 내 소통을 비롯해 “국민들이 바라보는 교도관의 인식이 평가 절하돼 있어 이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본보는 교정 기관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서호영 소장과 만나 교정 기관의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지난 1월 취임 이후 수원구치소의 변화가 있다면.
A. 코로나19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으로 수원구치소를 포함해 전국 교정 시설 모두 어려움을 겪었다. 저희들은 그 무엇보다 방역에 힘쓰며 오미크론 확산 차단에 온 전력을 다했던 것 같다. 다행히 현재 오미크론에 감염된 직원, 수용자 수는 ‘제로’다. 이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또 하나는 저는 그 누구보다 직원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저는 대면 접촉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중 하나인데, 코로나 상황으로 저의 생각과 교정 본부의 정책 방향 등을 직원들과 나누는 게 참 어려웠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런 부분들을 헤쳐 나갈까 고민하다가 각 과에서 기관장에게 보고하는 ‘일일 업무’를 직원들과 같이 공유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고, 하루에 어떤 일들이 이뤄지는지 알 수 있도록 직원 각 메일에 일일 업무를 보내주고 있다.
이와 함께 주요 업무, 행사 일정, 승진 및 신입 발령 등의 내용을 논의하는 월례조회를 매월 열어 직원들과 수원구치소의 정책 방향과 흐름을 공유했다. 또 그동안 직원들이 힘들어 했던 부분, 환경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바꿔나가면서 활기찬 직장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정부가 코로나 일상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원구치소의 일상회복 노력이 있다면 무엇인지.
A. 아마 저희 구치소가 가장 과감하게 정부 방침을 따라가고 있지 않나 싶다. 지난 4월 전까지는 모든 처우가 금지돼 있었다. 접견조차 전화 접견이었고 종교 집회도 하지 못했다. 각종 교육도 정지된 상태였는데, 4월1일부터 종교 집회, 가족 접견을 허용하며 코로나19 사태 이전 처우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앞으로 각종 행사 또는 모든 프로그램을 다 열어나갈 생각이다.
Q. 1989년 교정 간부 임관 후 여러 보직을 거쳤다. 과거와 비교해 사회적으로 교도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는지.
A. 교도관이라는 직업군이 국민들의 안녕을 위해 얼마나 헌신하는지 조금 평가 절하가 돼 있지 않나 싶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앞으로 교도관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좀 더 이뤄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예를 든다면 국민들은 교도소가 범죄자들을 가뒀다가 형기를 마치면 풀어주는 정도로만 이해하는 것 같다. 또 교정 시설이 엄격한 처우 속에서 이들을 관리했다가 다시 교도소로 들어오고 싶어 하지 않게 끔 해서 출소시켜야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현재 교정 시설에서는 직업, 학과 교육을 비롯해 심리치료까지 시키고 있다. 이런 것들이 배제돼 버리고 아무것도 안 하고 오로지 잘 가뒀다가 형기가 돼 출소만 시켜준다면 이 사람들이 과연 사회에 가서 어떻게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화이트칼라 일부 범죄를 제외하고 사회적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 교정 기관이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심리적인 분노, 미움, 사회에 대한 적대감 이런 것들이 전혀 완화되지 않은 채 출소하게 된다. 그러면 그 화살은 또다시 우리 국민에게 간다.
교정 기관에선 사회와 가족도 외면한 범죄자들을 사람으로 여긴다. 사람으로 여기고 그들이 울고 있을 때 눈물도 닦아주고, 하물며 우리 소의 경우 일부 수용자가 직원에게 대변을 집어던지고 욕도 하고, 폭행을 함에도 직원들은 그들을 껴안는다. 그들을 설득하고 손을 붙잡아주면 그 사람들은 나가서도 적어도 감사하다는 편지를 쓴다. 교도관들이 그들의 마음 안에 조그마한 울림이라도 줬다는 것이다.
교정 기관의 경우 재복역률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범죄 재복역률이 대체적으로 21%에서 25%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데 현재는 25%쯤 된다. 성폭력 범죄의 경우 2008년에서 2010년까지는 교육을 안 시켰다. 이 시기 성폭력 교육을 시키지 않은 성범죄자들의 재복역률은 21%였다. 제가 본부 심리치료 과장일 때 교육을 안 시켰을 때와 비교해 교육을 시키고 나서 다시 3년을 계산해봤는데 그 연도의 재복역률이 15%에서 16%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21%대였던 수치가 감소한 것인데, 그건 굉장한 효과다.
결국 수용자를 대상으로 정교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치료하고, 이러한 노력들로 범죄를 줄이고 국민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건 바로 교도관들이다.
Q. 수용자들의 교화에 최선을 다하는 교도관들의 정당한 평가와 사회적 관심을 위해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한지.
A. 범죄자들을 가장 안전하게 지키고, 이들을 건전한 사회인으로 내보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교도관들이다. 그동안 방송 또는 영화 속에서 뿔 달린 사람 마냥 채찍을 휘두르는 모습으로 비춰졌는데, 교도관은 상당히 전문화 돼 있고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갖고 있어야 하는 직업이다. 이것에 대한 평가가 절하돼 있다고 생각하며, 국민들이 교도관을 격려해주시고 어떤 면에선 존경도 해주시고 박수도 쳐주시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한다. 저는 제일 부러운 직업군이 소방이다. 굉장히 많은 국민들이 응원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이 교도관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이 사람들이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지 또 얼마나 어려운 여건 속에 있는지 들여다 봐줬으면 한다.
Q. 앞으로의 수원구치소 운영 방향이 있다면.
A. 수용자든 직원이든 이곳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란다. 숨을 쉰다는 건 굉장히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는 말이다. 수용자가 숨을 쉴 수 있다는 건 그 사람의 인권이 보장되고, 그들이 아픔을 호소할 때 우리가 귀 기울이고, 적어도 이 안에 있는 동안에는 편안하게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라는 그런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 직원들에게는 “엄정하되 따뜻함이 있어야 된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다. 직원 또한 이 공간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출근할 때 이 직장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해 자기가 행복하게 근무할 수 있는 터전이 되기를 바란다. 저는 그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게 기관장이 아닐까. 직원들이 저를 어려워하지 않고 서로 숨을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민훈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