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와 서비스가 수요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일컫는 복지전달체계는 대개 정부의 관련 부처에서 내려오는 자원이 시도-시군구-읍면동을 거쳐 맨 아래에 있는 국민에게 전달하는 형태로 그려진다. 이러한 도식화는 지방정부가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받아 수행하는 손발의 역할만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방정부가 시작한 정책을 정부가 받아 전국화한 사례도 많은데, 특히 주민의 삶과 밀접한 복지 분야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지방정부가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민의 일상을 돌보기 때문이다.
흔히 기존의 방식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한 재난은 창의성을 극대화한다고 한다. 코로나19 시기, 많은 창의적 정책이 지방정부로부터 시작했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검사 시스템이다. 2020년 2월 칠곡경북대 병원에서 처음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검사소를 경기도 고양시가 같은 해 2월26일에 최초로 운영했고, 이를 정부에서 받아들이면서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또 다른 대표 사례로는 서울시 성동구의 필수노동자 지원 정책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원칙이 된 감염병 시기에도 필수노동자는 대면서비스를 중단할 수 없다. 주민의 안전과 최저생활보장 등 사회기능을 유지하는 그야말로 필수적인 일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필수노동자의 피로가 극에 달하던 2020년 9월, 성동구는 당시로서는 개념조차 불명확했던 필수노동자를 위해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필수노동자 지원에 나섰다. 조례 제정 1개월여 만에 정부에서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8개월 후인 2021년 5월 마침내 ‘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한다.
전북 전주시에서 시작한 착한임대운동 또한 좋은 사례다. 2020년 2월 전주한옥마을 건물주들이 시작한 임대료 인하 선언이 전주시 전역으로 확산하자, 정부에서도 법 개정을 통해 임대료 인하분의 50%를 소득세·법인세에서 감면하는 착한임대인 지원정책을 입안한다. 코로나19 때 뿐만이 아니다. 청년수당 같은 청년지원정책이나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등 복지전달체계 개편도 지방정부에서 먼저 시작한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제8회 지방선거가 다음 주로 다가왔다. 오는 주말에 있을 사전투표에 참여할 예정이라면 며칠 안에 누구를 뽑을지 결정해야 한다. 이제라도 후보들의 공약을 찬찬히 살펴보자. 6월1일, 나의 선택은 우리 지역을 넘어서 온 나라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정책을 견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지영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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