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 ‘허덕’… 학폭 악몽 깨울 ‘골든타임’ 놓친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련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업무가 학교에서 각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된 지 올해 3년차를 맞았다. 심의 건수 증가로 인한 학교 업무 부담 증가, 전문성 부족 등의 이유로 업무가 옮겨졌지만, 3년이 지난 현재 도내 교육지원청은 업무 포화를 넘어 학생들의 ‘피해회복 공백 사태’마저 발생하고 있다. 본보는 상·하편에 나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심의위)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수백개의 학교 사안을 한정된 인원이 받다보니 당연히 늦어될 수밖에 없죠”
학폭심의위 업무를 담당하는 도내 A 교육지원청 B장학사는 위원회 개최가 지연되는 이유를 묻는 본보 취재진 질문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관내 학교 이름이 적힌 목록을 펼쳐들며 “교육지원청별로 적게는 2명 많게는 3~4명의 장학사가 이해관계가 복잡한 학폭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면서 “장학사들이 4주 안에 심의하려고 노력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쉰목소리로 말했다.
지난해 동료 장학사와 약 200건의 학폭심의위를 소화한 그는 오는 8월까지 꽉 찬 일정을 보여주며 “코로나 확산세가 점차 누그러지면서 심의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며 “8월까지 총 80건의 심의가 예정돼 있어, 이 추세라면 작년 심의 건수를 훌쩍 넘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00건의 학폭심의위 업무를 본 도내 C 교육지원청도 올해 대면 수업 재개로 2배가량 업무가 증가했다. D장학사는 “직원들 사이 기피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어, 현장에선 이 업무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내 교육지원청의 학폭심의위 개최가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지연되면서 학생들의 피해 회복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현재 학폭심의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도내 인원은 145명으로, 이 가운데 25명은 상담사, 74명은 장학사, 46명은 일반직 공무원이다. 이들이 소화한 학폭심의위 건수는 지난해 총 3천531건(초 867건, 중 1천720건, 고 944건)이며, 올해(3~4월)는 총 327건(초 60건, 중 173건, 고 94건)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많은 양의 학폭심의위를 적은 인원이 맡게 돼 심의위 개최가 늦어지면서 가해·피해 학생들의 구분은 물론 학생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부지기수다. 학폭심의위가 열려야 가해 및 피해 학생들에 대한 명칭 사용은 물론 이들에 대한 제재(사회봉사 등 1~9호 처분)도 그제서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학교장이 학폭 인지한 순간부터 가해·피해 관련 학생들의 분리 조처 가능하지만, 학폭심의위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임시 조처에 그칠 뿐더러 학폭심의위 결론 전 이 같은 조치에 가해 관련 학생 측의 반발도 거센 실정이다. 결국 학폭심의위 결론이 나기 전까지 가해·피해 관련 학생들은 교내서 마주해야 하는 일상을 보내야 한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인력 부족에 대한 문제는 인지하고 있으며, 정원 관련 부서에 학폭 전형 장학사 배치 또는 일반 장학사 배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인력 충원 문제와 함께 업무 경감에 대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민훈·노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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